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독일관광객 비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경제차관에게 사임을 종용할 것이라고 11일 지안프랑코 피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밝혔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피니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총리가 스테파니 스테파노 경제차관에게 현 사태를 종결짓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로서도 물론 스테파노 차관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테파노 차관이 속한 극우정당인 북부동맹의 지도자이자 연립정권 내 2인자인피니 부총리는 "총리가 차관에게 "사직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총리의 말이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피니 부총리는 이어 스테파노 차관이 문제의 발언을 한 뒤 사과를 거부하는 일과 관련해 "바보는 그저 바보일 뿐"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이탈리아 국민들의 분열이나 독일인과 이탈리아인 간의 반목에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측의 이런 반응은 독일 주요 장관들에 이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까지 11일 사실상 스테파노 차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는 등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의 잇따른 실언에 대한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ARD 방송 회견에서 "지도적 정치인이 직접 우리 국민에 대한 진부한 선입견을 밝힐 경우, 언제가는 그에게 한계를 설정해줘야 할 것"이라면서"독일 정부 같으면 그런 사람은 내각에 한 시간도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그러나 이는 이탈리아 정부 내부의 일이므로 자신으로서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 시사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독일 출신 유럽 의회 의원을 나치 하수인에 비유한 발언에 비판적인 이탈리아 사람이 74%에 달하고, 총리를 지지한다는 사람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