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안의 아이가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된 통한의 세월,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혈육의 정을 나눈 2박3일은 한 여름밤의 꿈만 같았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 328명은 29일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금강산 김정숙휴양소에서 마지막으로 만나 분단조국의 비극을 곱씹으며 눈물 속에 또다시 생이별을 해야했다.


이틀 내린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 금강산 절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자다시 쓰라린 이별을 해야 하는 남과 북의 혈육들은 자연의 무심함을 한탄했다.


남과 북의 가족들은 오랜 기다림끝의 짧은 만남에 이어 또 다시 만남을 기약할수 없는 이별이 다시 찾아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듯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반세기가 넘는 이산의 상처를 달래기에는 2박3일이 너무도 짧았고 오히려 가슴깊이 묻어둔 설움과 그리움이 북받쳐 서로 부여잡은채 놓지 못하다 금강산에서 함께찍은 사진을 건네고 가족.친척들의 주소를 다시 확인하면서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살라"며 서로 신신 당부했다.


만남을 끝낸 남측 가족들이 휴양소밖으로 빠져나오자 북측의 가족들은 "아직 가지마세요, 가만 있어요"라며 일분일초라도 상봉의 시간을 연장하려 애을 썼다.


36년만에 납북된 아들 윤경구(55)씨를 만난 남의 이강삼(76) 할머니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했다"며 오열했고 아들 윤씨는 "어머니 울지 마세요.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기만 하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윤씨는 동행가족인 고종사촌 여동생 최옥순씨에게 "돌아가서 어머님을 잘 모셔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신채(85)씨는 북의 아내 김화실(82)씨에게 "나랑 같이 가서 살자"고 하자 아내 김씨는 "만나기 사흘전 평양에 왔으나 못만나는 꿈을 꿨다"며 "그래서 이렇게 헤어지게 됐나 보네요.

가지말고 여기서 같이 살아요"라며 울먹였다.


북의 아들 박운진(65)씨는 독거노인인 전응오(85) 할머니에게 "통일이 될 때까지 사셔서 그때 모시겠다"고 하자 전 할머니는 휴양소 계단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김선열(84) 할머니의 북측 아들 박창선(63)씨는 "어머니 앓지 말고 건강하세요"라며 손을 꼭 잡았고 평양음대를 나온 황혜경(73)씨는 북의 여동생 혜도(69)씨가 "언니 그만 울어요"라고 하자 "나 혼자 갈테니 너희들 가라"며 눈물을 쏟았다.


누나 이방한(74), 여동생 이영자(58)씨와 헤어지기 직전 이필한(68)씨는 전날함께 찍은 사진과 가족.친척의 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으나 치매증의 누나 이씨가 영문을 몰라하자 "누나,벌써 기억을 못하면 어떻해요"라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김영호(84)씨는 두 속으로 북의 안내 김리숙(77)씨와 딸 경순(57)씨의 손을 각각 잡은채 "어제 그제 서먹함이 이제 좀 가시려 하는데 헤어져야 하다니..."라며 눈물을 보인뒤 한참 지나서 아내 김씨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었는데 또 여기에당신을 남겨두고 나만 가야하네. 미안허이"라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북에서 2박3일간의 상봉일정을 마친 남측 상봉단은 설봉호를 타고 귀환길에 올랐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사진 설명>


제7차 남북이산가족상봉을 마친 남측 가족들이 29일 오전 김정숙휴양소에서 작별상봉을 마친뒤 버스에 올라 북측가족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