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개발에 전용가능한 기기를 북한과 이란등지에 불법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의 `세이신 기업'이 미사일 추진연료 완성에 필요한 각종 기기를 북한에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세이신측은 당초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에 사용되는 분쇄기 `제트밀(jetmill)'만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혼합기, 분류기, 점도분포측정기, 건조기 등 관련 기기 총 30여대를 판매했다. 판매과정은 지난 1994년 일본의 판매회사를 거쳐 북한과 관계가 깊은 도쿄도내기기상사에 넘겨졌으며, 니가타(新潟)항에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편으로 북한에 수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재일 총련 산하 `재일 조선인 과학기술협회(과협)'측간부는 93년 판매회사측에 발주를 요청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북한은 이런 기기들을 사들일 즈음에 미사일의 고체연료 개발에 착수했으나 입자(분말)의 크기를 고르게 할 능력이 없어, 분류기 등을 필요로 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과정은 ▲제트밀로 미사일 추진원료인 과염소산 암모니아및 금속을 작게 부순다 ▲분류기로 과염소산 암모니아 입자의 크기를 3종류로 나눈다 ▲측정기로 입자 크기를 잰다 ▲건조기로 말린 입자를 혼합기에서 고무와 섞은뒤 경화제 등 약품을 넣는다 순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제트밀에서 혼합기까지 구비했다는 것은 미사일 고체연료를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춘 셈이다. 재일 총련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만경봉호로 미사일 개발부품을 부정하게 수출했다는 것은 여론 조작"이라며 "총련은 그런 상행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산케이(産經) 신문은 15일 세이신 기업의 이번 대북 불법 수출에는 총련의비공개 조직인 `학습조'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공안당국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세이신 기업이 이란측 상사와의 사전 교섭에서 문제의제트밀이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란에 불법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