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7년간 전례 없이 급등한 세계 부동산가격을 놓고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에 낀 거품이 터지면 그 파장은 주가폭락보다 두배 이상 심각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선진 13개국 부동산 가격을 추적한 결과 집 값은 1995년 이래 아일랜드에서 세배,영국에서 두배,호주 스페인 스웨덴에서는 3분의2,미국에서는 30%가 올랐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주가처럼 폭락하지 않는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라는 믿음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집 값을 또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수익은 지금까지 아주 짭짤했다. 영국에서 지난 3년간 주가는 40% 빠진 반면 집값은 55% 올랐다. 지난 10년간 평균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10%로 주식투자 수익률보다 높았다. 관건은 호시절이 얼마나 계속되느냐 하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건축가,임대업자,심지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부동산 거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한정된 땅에서 인구와 실소득이 늘어나고 금리까지 낮아 집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때 프랑스보다 집 값이 세배나 비쌌던 독일과 일본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주택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의 속도가 전례 없을 뿐 아니라 비정상적 양상 때문이다. 보통 경기 하락기에는 집 값도 떨어져야 하는데,지난 몇년 간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 저금리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샀기 때문이다. 주택 구입 자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냈다. 경제전문가들은 낮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집 값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대부분의 상품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또 영국 호주 아일랜드처럼 임대용으로 집을 보유하는 사람이 많으면,주택가격의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값이 떨어질 경우 살고 있는 집을 팔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임대용 주택은 공급이 늘기 때문이다. 선진국중 특히 미국 호주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에서는 향후 4년동안 주택가격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국은 15∼20%,다른 나라에서는 3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암스테르담에서는 주택 경기가 식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2년 전 2백10만달러였던 방 4개짜리 주택이 지금은 1백45만달러까지 떨어졌다. IMF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주가 거품 붕괴 때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주택 경기는 가계 소비 및 대출 시장과 훨씬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어 그렇다. 집 값은 주식 시장처럼 갑작스럽게 붕괴하지는 않겠지만,향후 4년간 천천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약해진 세계 경제가 감당하기에는 그 충격이 상당히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부동산 가격 진단 특집 서베이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