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은 화물연대의 집단행동과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145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수입 둔화로 무역흑자가 10억달러를 상회, 올 무역수지 누계도 흑자가 됐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휴대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크게 둔화되는가 하면 주력시장인 중화권으로의수출이 사스(SARS) 여파로 흔들리면서 6월 이후 수출을 낙관키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출증가율 한자릿수 추락= 5월 수출은 4.4% 증가에 그쳤다. 한자릿수 증가율로 추락한 것은 작년 7월(17.6%) 두자릿수 증가율로 올라서며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한 이래 11개월만에 처음이다. 수입 역시 6.5% 증가에 머물면서 작년 7월(17.3%)에 두자릿수 증가율이 된 이후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둔화됐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는 작년 10월(12억6천800만달러) 이후 7개월만에 가장 많은 12억6천700만달러 흑자를 내며 4월에 이어 두달째 흑자기조를 이어갔고 올 무역수지누계도 올 들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수출이 3-4월 각각 155억달러 안팎으로 늘면서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다가 5월에147억달러에 그친 것은 작년 5월에 비해 쉬는 날이 이틀 이상 많아진 상황에서 물류대란과 사스의 영향이 반영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6억3천만달러로 작년 9월 이후 9개월 연속으로 6억달러대를유지했다. 하지만 3월(6억4천700만달러)과 4월(6억5천500만달러) 보다 줄어든 이유는 사스와 화물연대 집단행동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스 영향 본격화= 사스의 악영향은 중국으로의 수출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으로의 수출증가율은 작년 4.4분기에 64.2%, 올 1.4분기 60.8%로 50%를 웃돌았지만 사스 발병 이후인 4월에는 38.6%로 둔화된데 이어 5월에도 29.3%에 그친것으로 추정됐다. 사스 영향권인 홍콩도 25.1%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4월(35.3%)에 비해 둔화됐다. 한편 5월1-20일 지역별 수출은 중국(21.0%)만 증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19.6% 감소한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9.9%), 아세안(-9.4%), 일본(-0.2%), 중남미(-56.1%), 중동(-21.6%)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월 초에 쉬는 날이 집중된데 따른 것이어서 월말 실적까지 감안할 경우 증가세로전환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산자부는 보고 있다. ◆반도체.컴퓨터 이어 휴대폰까지 침체= 품목별로는 자동차(24.2%)를 포함한 전통산업이 호조세를 이어간 반면 반도체, 컴퓨터에 이어 무선통신기기까지 눈에 띄게수출이 줄어들면서 정보기술(IT) 품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반도체가 4월(-1.3%)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5월에는 2.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지만 컴퓨터는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여전히 4월(-1.7%)에 이어 5월(-4.5%)에도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수출 `빅3' 품목에 들어가는 무선통신기기는 작년 4분기41.4%, 올 1분기 48.4%, 4월 44.9% 등 꾸준히 40%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지만 5월에는 15.5% 증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무선통신기기 수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휴대폰의 경우, 제1시장인 미국에서는 나름대로 호조세를 이어간 반면 제2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5월 1-20일에 4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의 월별 휴대폰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01년 상반기 `마늘분쟁' 당시 잠시 나타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2001년에 594.4%, 2002년에는 1천215.6% 증가했고올 1분기에도 478.4% 늘어난 점에 비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토종 휴대폰업계의 성장에 따라 중국 휴대폰시장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단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사스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자본재 수입 급감= 수입에서는 자본재 수입이 5월 1-20일 5.7% 증가에 그쳤다. 이는 1월(22.8%), 2월(39.9%), 3월(32.9%), 4월(16.8%)에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한 것에 비춰 크게 둔화된 것으로,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를 빼면 대부분의 품목에둔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산자부 설명이다. 특히 정밀기계류와 수송기계류를 제외한 기계류 수입은 내수부진과 설비투자 위축에 따라 5월1-20일 2.3%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계류 수입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02년 4월 두자릿수로 올라선 이후 처음이다. 한편 그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골프채는 지난달 1-20일에 16.9% 감소했고주류도 2.7% 줄어들면서 사치성 소비재 수입도 급감했다. 특히 세단형 자동차 수입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향후 수출 사스.노사문제가 관건= 향후 수출은 사스의 추이와 노사관계 향방,환율동향 등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D램 상계관세 등 통상분쟁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사스가 장기화되면 중국과 홍콩의 성장률 하락 등으로 인해 우리 수출도 연간 13억달러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춘투'가 본격화될 조짐도 수출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1-5월중 0.1% 감소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최대시장 미국으로의 수출이 언제 회복될 지도 올 하반기 수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역수지의 경우 국내경기 위축과 국제유가 안정 등에 따라 수입이 둔화되면서 안정적인 흑자기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산자부는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