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朴熺太) 대표가 13일 103일만에 `대행'꼬리를 떼고 한나라당의 정식 대표가 됐다. 비록 내달 17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대표를 뽑을 때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원내 과반의석 정당의 수장이고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국회-행정부 관계가 구축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를 비롯해 김진재 이상득 하순봉 손경희 최고위원 등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박 대행을 후임 대표로 추대했다. 당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고위원들은 기자들을 물리지도 않고 곧바로 공개리에 일사천리로 박 대표를 `옹립'했다. 당 주변에선 박 대표의 선출을 `우연적 필연'으로 설명한다. 당초 3월께로 예상했던 전당대회가 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5월13일) 이후까지 미뤄져 새대표를 선출하게 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우연'이지만, 최고위원들의 합의추대로 대표에 오른 것은 박 대표 특유의 정치력과 인화력에 의한 `필연적 결과'라는 것. 박 대표는 지난 1월 대행에 오른 뒤 대선패배로 뒤숭숭한 당을 큰 갈등없이 추슬러왔고, 특히 출범 초기 기세등등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파행적 대결이 아닌 대화와 설득의 정치를 통해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공포토록 하는 등 정치력을 보여왔다. 박 대표는 어느 정치인도 따라오지 못할 정치적 순발력과 정국의 큰 흐름을 읽어내는 판단력, `총체적 난국' 등 정곡을 찌르는 탁월한 조어(造語)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율사 출신의 구 민정계 4선의원. 특히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의 대선패배에 대해 "민주당에 진 것이 아니라 시대에 진 것"이라고 진단하며 정체돼온 당의 분위기에 일침을놓아 화제가 됐다. 지난 88년부터 내리 5년간 여당(민정.민자) 대변인을 맡았고, 한나라당이 야당이 된 98년 이후 원내총무와 부총재, 최고위원 등 요직을 맡았다. 특히 당 운영과정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이나 사고가 유연하고 처신이 부드러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정치인으로 꼽히며 `정적(政敵)'이 없는 정치인으로도 통한다. 가신 출신이 아니면서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상도동을 자주 방문하고 지난 16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된 후 동료의원들로부터 외면당했던 김윤환(金潤煥) 전 의원을 찾아 위로하는 등 남다른 의리를 갖고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부인 김행자(金幸子.61)씨와 2녀. ▲경남 남해(65) ▲서울법대 ▲민정.민자당 대변인 ▲법무장관 ▲신한국당.한나라당 총무 ▲한나라 부총재, 최고위원 ▲13.14.15.16대 의원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