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신당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온 당내 중진들이 속속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중진들은 대체로 신구주류간 구별없이 헤쳐모이기식 `개혁신당' 보단 민주당의 정체성과 법통을 살리는 `통합신당' 창당 내지는 리모델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당내에 비중이 있는 중진들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민주당의 신당 논의과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혁신당파와 통합신당파간 대립의 와중에서 고민해온 신주류측의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신당 논의와 관련해 "민주당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가야 한다"며 통합신당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정신은 특정인과 특정세력의 전유물도 아니고 일부 세력의 기득권 보호막이 될 수도 없다"면서 "민주당의 정신은 50년간의 우리 역사이고 살아있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구주류측의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도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당밖에 신당추진위를 구성하고 당내기구는 민주당 쇄신을 위한 임시지도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주류 일각의 주장에 대해 "쿠데타적 발상이며 정상적인 당 운영체계가 아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통합신당이든 개혁신당이든 현재 민주당이 잘못된 것이 있으면 변화시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왜 신당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개혁신당론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주류의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은 지난 2일 개인성명을 통해 "통합형 개혁신당이 돼야 한다"고 밝힌데 이어 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내외를 막론하고 개혁에 찬동하는 사람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신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도 "물갈이나 수혈은 민주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가능하다"면서 "민주당은 이미 개혁적 통합세력이기 때문에 진보당을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신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가세했다. 개혁그룹의 중진인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도 "개혁적 통합신당이 돼야 한다"면서 "특정한 정치세력과 정치인을 배제하는 인적청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구주류 핵심인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반세기동안 민주화의 정통성과 법통을 이은 정당으로 정체성을 살려가야 할 유일무이한 정당"이라며 "이런 민주당을 해체하고 특정지역 정당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해체론을 비판했다. 신주류측 중진인 조순형(趙舜衡)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 "만약 개혁파 의원들이 당밖으로 나가 신당을 추진한다면 다당제가 될지 모르나 대통령제하에서 다당제는 적합한 정계구도가 아니며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라면서 "이나라 정통 민주세력이라고 자부하는 민주당이 양분, 분당된다는 것은 정치발전이나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도움이 안된다"고 통합신당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처럼 중진들이 '개혁신당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데에는 당이 분열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개혁신당'이 출범할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국회의장 출신의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5일 개인성명을 통해 "사람은 그대로이고 이름만 바꾸는 신장개업식 신당은 결코 국민의 믿음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러한 신당은 차라리 지금의 정당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개혁신당론을 지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