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부실기업 중 하나였던 닛산자동차가 23일 '부채 제로'를 선언했다. 카를로스 곤 사장은 이날 오후 2002회계연도 결산 실적을 발표하는 기자 회견을 갖고 납품대금 등을 제외한 유이자 부채(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차입금)의 상환을 모두 끝냈다고 밝혔다. 닛산은 당초 2004년 3월 말까지 무차입경영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신차 판매의 호조에 힘입어 그 목표를 1년 앞당긴 것이다. 1994년 3월 말 닛산의 부채가 2조8천6백억엔까지 불어난 사실을 감안하면 기적 같은 성과다. 닛산의 이 같은 화려한 부활은 곤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9년 6월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특명을 받고 닛산에 온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오늘의 닛산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곤 사장의 오른 팔 역할을 하고 있는 티에리 무롱게 부사장 겸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52세인 그는 프랑스 재경부 공무원 출신으로 곤 사장과 함께 닛산으로 건너와 뒤에서 개혁을 주도했다. 그는 닛산의 부채탈출 전략을 세 가지로 구체화했다. 자산매각을 통한 캐시 플로(cash flow)의 최대화와 구매 코스트 삭감,그리고 제값 받기를 통한 고수익 전략이 그것이다. 또 곤 사장과 함께 외부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업원 감축 등 고통스런 자구책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일본 언론들은 CFO로서 그의 능력이 빛난 이유를 '숫자의 신뢰성'에서 찾고 있다. 무롱게는 신뢰성 제고를 위해 재경부문이 내놓는 데이터를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믿을 수 있도록 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는 또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서구기업들이 사용하는 투하자산수익률(ROIC) 개념을 단순화해 닛산에도 적용했다. 그는 자금조달 규모의 최적화를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애널리스트,주주,신용평가사 등 회사 안팎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하는 'CFO아시아'는 2002년 최우수 아시아 CFO로 그를 선정했다. 곤 사장이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균형감각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낸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곤 사장이 증권회사 객장에 중계되는 생방송에 출연,기업홍보 활동을 하고 2005년 3월까지 주주배당을 현재의 3배로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도 무롱게 부사장의 조언인 것으로 알려졌다.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7천5백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린 닛산은 2005년까지 해외 판매대수를 1백만대 더 늘리고 영업 이익률은 10%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