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의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나 일부 여야 정보위원들이 고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정보위의 경과보고서 채택방향이 주목된다. 국정원장 임명은 국회의 인준동의가 필요없기 때문에 정보위의 입장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민대표기관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구속력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보위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최종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그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인사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정보위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나 고 후보자와 함께 특히 기조실장 내정설이 있는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에 대해 여야 상당수 위원들이 `불가'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측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고 후보자는 국가관에 문제가 있고, 정보기관장으로서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며, 사상적으로 편향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점을 보고서에 적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의원은 또 "서 교수는 제네바합의가 깨진 것도 미국이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등 시종 북한측 입장"이라며 "서 교수는 친북성향이어서 국정원의 정무직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는 점을 부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천용택(千容宅) 의원도 "서 교수는 서해교전에 대해 현장 지휘관이 지시한 것이어서 김정일의 책임이 없다고 하는 등 편향돼 있는 만큼 국정원 전체를 운영하는 기조실장을 맡으면 큰일난다"면서 "대통령의 결심은 내가 지지해줘야 하지만 이것만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김옥두(金玉斗) 의원 역시 "고 후보자는 사회경험이나 개혁성 등에 비춰 문제는 있지만 원장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지만 서 교수는 예산과 인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조실장에는 부적합하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측 간사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고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여러 얘기가 나왔음에도 임명동의를 해줘야 할 것으로 보지만, 서 교수는 이념편향이나 정보 비전문가란 점때문에 핵심보직을 맡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고 후보자는 이념적 성향때문에 원장으로 부적절하며, 서 교수는 친북좌파적 성향을 보이는 만큼 기조실장으로 불가하다"면서 "청문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다수 제기된 만큼 보고서에 이를 적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순봉(河舜鳳) 최고위원 등이 고 후보자의 용퇴를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여야 의원들이 서 교수를 `비토'하는 배경에는 진보적 성향의 학자가 정보기관의 요직을 맡는 데 대한 우려가 깔려있지만 다른 배경도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경우 `원장은 짧고 기조실장은 길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핵심 요직인 국정원 기조실장에 서 교수가 부임할 경우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문제가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제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민주당은 서 교수가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기조실장을 맡을 경우 국민의 정부 하에서 부상한 특정지역 인맥에 대한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이를 사전차단하려는 생각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