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초기 공격은 선택된 소수 목표물들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으로 시작됐지만 미국은 이라크군을 물리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궤멸시킬수 있는 첨단 폭격이 곧 단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불리는 침공(invasion) 작전이 그것이다. 워싱턴 소재국립국방대학에서 고안된 이 작전은 91년 걸프전때 40일 동안 발사된 것의 2배가 넘는 약 800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단 이틀만에 소낙비처럼 쏟아붓는 것이다. 이 작전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전쟁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워싱턴 소재 전략 및 예산평가센터의 마이클 빅커스는 전쟁의 결말은 미국의 침공계획에서 미지수로 상정했던 요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와 전쟁에 대한 현지의 반응 등이그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담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비롯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또는 유전에 불을 지르는 초토화전술로 나올 것인지 여부다. 또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인지 여부와 공격을 받을 경우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어떻게 반응할것인지 , 나아가 터키가 쿠르드족과 전투를 시작하면 이라크 북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등에 따라 전쟁의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들이지만 미국이 당장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요인은 다음 4가지라고 할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1일 인터넷판에 보도한 전황을 좌우할 4가지요인을 소개한다. ▲폭격의 정확성 : 미 국방부는 `충격과 공포' 작전 첫날 1천500개의 목표물을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차 걸프전때 첫날 공격했던 목표물의 10배다. 군은 실제로 이런 야심적인 목표를 수행할 수 있을까. 무기자체는 확실히 뛰어나다. 91년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는 약 5만t의 폭발물을 이라크에 투하했지만 이중 유도무기는8%에 불과했다. 반면 이번 전쟁에서는 대부분이 정밀유도무기다. 미국은 최근 자체 버섯구름을 생성하는 2만1천500파운드 짜리 대형 폭탄을 시험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이 가공할 무기가 이라크전에서 사용될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사용은 그 자체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이 폭탄이 생.화학무기 시설을 건드렸을경우 더욱 그렇다. 또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췄다해도 미국의 목적을 충족시킬지는미지수다. 거대한 공격은 막대한 민간인의 희생을 수반할 있으며 세계의 격렬한 항의를 초래할 수 있다. ▲이라크군의 사기 : 미국의 계획은 이라크군이 집단으로 항복할 것이라는 전제위에 수립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 앞서 전례없는 수준의 심리전을 전개했다.이라크군 단위부대에는 12m 높이의 전단이 살포됐다. 방송과 e-메일을 통해 조지부시 대통령이 `죽어가는 정권'이라고 부른 후세인 정권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무기를 내려 놓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미군은 이라크 병사들과 직접 접촉하기도 하면서 일부와는 항복에 합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가 지켜질 것인지. 또이라크군의 대부분이 항복한다면 정예 공화국수비대가 어떻게 나올지도 문제다. 6개 전투사단으로 구성돼 있는 정예 공화국수비대는 싸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바그다드 주변에 참호를 파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담 후세인의 가장최근에 지은 궁전은 21일 밤 폭격을 맞았지만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그의 장악력은약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은 겁나지 않는다면서 쇠스랑과 몽둥이를 들고 아니면 맨손으로라도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담이 전투를 선택한다면 무대는 바그다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한론은 비록 소수의 병력이라도 결연히 시가전으로 버티면 진공속도가 크게 지연되고 막대한 희생이 불가피한 특성으로 볼 때 시가전이 벌어지면 이라크 군지휘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가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특수부대 작전 성공여부 : 특수부대는 이라크내에서 이미 상당기간 활동해 왔다. 이들은 대량파괴무기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지를 확보하거나 사담 후세인과그 가족 또는 친구의 생포를 시도해왔다. 이런 임무는 특수부대가 일상적으로 벌이는 파괴활동이나 기습작전을 능가하는 것이다.(91년 걸프전때도 특수부대는 서부 사막에서 스커드 미사일기지 몇개를 장악했었다) 이런 작전의 성패는 곧바로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쌍방피해 최소화 : 전쟁계획은 미군과 동맹군이 초기 공격후 2-3일내에 바그다드에 진입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에서는 1주일 정도 걸릴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할까. 특히 이라크군이 대거 항복할 경우에도 가능할까. 91년 걸프전때도 그랬듯 수천명의 전쟁포로들을 처리하느라 군의 진격이 지연될 수도 있다.게다가 화생방보호장비는 사막에서는 귀찮은 물건이며 바그다드 진격을 어렵게 할수 있다. 이라크 안팎에 있는 약 28만명의 침공병력은 확실히 막강하다. 그러나 이는 1차걸프전때 참가한 연합군 50만명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다. 91년에는 39일간 폭격을퍼부은 후 지상전이 시작됐다. 정밀무기로 무장한 소규모 병력은 더 빨리 진군할 수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쟁과정을 극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지만 미국은 가능한한 희생자를 적게 내고 피해를 적게 입히면서 이라크를 장악해야 한다. 고대 중국의 손자는 `병법'에서 가장 좋은 전략은 적국을 통째로 고스란히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목표도 그런 것이지만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