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의 이라크전 대응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평통은 성명에서 "이라크 전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우리(북)를 걸고 국가안전보장회의니 다각적인 대응체계니 하고 소란을 피우며 `데프콘2'라는 초경계 태세를 내렸다"면서 "남조선당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을 계기로 적대적인 반북대결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어 "이는 6.15 북남공동선언에 찬물을 끼얹고 좋게 발전하는 북남관계를 역전시키는 매우 위험한 짓"이라며 "이에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이지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평통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우리 정부의 `통일부 격'이라는점을 감안할 때, 일각에서는 이런 거친 반응이 향후 남북관계 경색 과정의 신호탄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북한은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조선중앙방송이 개전 다음날인 2001년 10월9일 외신을 인용, 전쟁 발발사실을 보도한 뒤 "전군 비상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불안정한 (남측) 지역에 갈 수 없다"면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당국간 행사를중단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우리 정부의 이라크전 대응조치를 이유로 북한이 4월 예정인제 10차 남북장관급회담과 제 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두갈래 회담이 이번에는 서울이 아닌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이미 합의된 점이 아프간 전쟁 때와는 다른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북한의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에서 `그간 남북관계가 협력하면서 공존하는 우리 민족끼리의 관계로 전환됐다'고 평가하고 민족공조와 6.15 남북공동선언을 더 없이 강조한 점으로 미뤄, 향후 남북 회담은 차질없이 열릴 것으로 기대해왔다. 특히 제 10차 남북장관급 회담은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는 고위급 회담으로향후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향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회담 개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남북관계 경색이 우려된다. 한편 이날 조평통 성명은 걸프전(1991년 1월), 미국의 이라크 폭격(1998년 12월), 아프가니스탄전 때와는 달리 대미 비난은 자제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라크전과 관련, 북한이 향후 공식 채널을 통해 어떤 발표를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조평통 성명이 대미 비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면서 "필요이상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라크전이 불붙어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재 관심은 핵문제로 미국과 팽팽한 대결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이 핵재처리시설 가동 또는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조치를 취하느냐 여부"라며 "그러나 이라크전 개전 전후 태도로미뤄 북한은 당분간 현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은 지난 18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 이어 19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대사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핵문제 해결과 관련) 정치대화와 외교해법찾기를 훨씬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