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로 촉발된 파문이 SK㈜와 SK텔레콤 등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SK㈜와 SK텔레콤, SKC 등 SK글로벌의 주식 또는 채권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자구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SK㈜와 SKT를 '부정적 감시대상'으로 분류하고 무디스도 SK㈜의 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는 등 확산되는 추세다. S&P는 13일 SK글로벌의 회계 분식과 최태원.손길승 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의 피소에 따라 SK㈜와 SK텔레콤을 '부정적 신용 감시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S&P는 SK㈜와 SK텔레콤이 각각 기업설명회를 통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고 SK텔레콤은 SK글로벌과의 관계단절 의사까지 밝혔으나 여전히 기업이미지가 손상돼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추후 자금 조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글로벌 채권단 고위관계자도 이날 "SK글로벌 사태로 38.9%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자 상거래채권 규모가 1조원이 넘는 SK㈜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SK글로벌 처리문제는 SK글로벌만의 문제가 아니며 SK㈜와 한묶음으로 봐야 한다"고말했다. 현재 SK㈜는 SK글로벌 및 SK글로벌 해외법인에 총 1조5천억원의 순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이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현재 외화 7억달러를 포함해 2조6천억원의 현금 및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또 1조5천억원의 순매출채권의 경우 최우선으로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일 뿐 아니라 석유사업 등 통상적인 상거래로 인해 발생한 채권인 만큼 주유소 등을 통해 매달석유가 판매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수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아울러 주가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적극 검토중이며 SK글로벌이 자구방안으로 제시한 주유소 매각과 관련해서도 수익성이 높은 주유소만 선별적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SKC도 이날 공시를 통해 금융기관의 MMF 및 현금등가물을 1천65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고 필름 및 화학 사업의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유동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등 시장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SK텔레콤은 SK글로벌이 휴대폰 단말기 유통업을 대행해주는 데 따른 매출채권을 30억원 정도 갖고 있고 SK글로벌이 SK텔레콤 주식을 4.77% 갖고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연관관계가 없어 시장충격에 따른 주가하락 외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잇단 자구책 발표 및 기업설명회에도 불구하고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주요 계열사들 동반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어 향후 이들의 자구노력이 국내외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S&P의 마이클 프티 전무는 "SK㈜와 SK텔레콤이 신용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SK글로벌과의 상거래 및 지분연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들이 취하는 조치가 미칠 재정적 효과가 핵심"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