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격돌했던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과 밥 돌 전 상원의원이 9일 CBS 시사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 출연해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토론 규칙에 따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먼저 공화당 정부의 감세 정책을 주제로 선택한 뒤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있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세금 감면은 "나쁜경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과 이라크 재건을 위해서는 현재 재정적자 상태에 있는 미국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전 전비 뿐 아니라 국내 안보, 교육 등의 지출 요인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은 또 다른 대규모의 감세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하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어느 지도자도 대규모 감세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군 병사 20만명 이상이 걸프 지역에 배치된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부적절하며 이는 잘못된 경제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돌 전 의원은 부시 행정부는 미국식 생활방식을 수호하기 위해 전세계적인 전쟁에 돌입했다고 밝히고 "미국식 생활방식은 무엇보다도 지켜야 할 자유, 혹은 우리 자신의 돈을 투자해서라도 지켜야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감세 문제 토론을 끝내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려 하자 돌 전의원은 이에 반대하면서 현재의 경제 문제는 지난 90년대 호황기의 여파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돌 전 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거의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그래도 나는 감면받은 세금을 가치 있는 자선사업에 기꺼이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원한다면 클린턴 도서관에라도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 시사매거진 `60분'의 한 섹터인 `논점과 반박(Point-Counterpoint)'에 당분간 고정 출연할 예정인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돌 전의원은 번갈아 가면서 주제를 택해자기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과 이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이들은 각각 45초 분량의주장과 반박, 15초 분량의 재반박 원고를 서로 팩스로 주고 받은 뒤 원고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나와 토론을 벌이게 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돌 전 의원은 96년 대선에서 맞붙은 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함께 벌이는 등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돌 전 의원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돌여사가 상원의원에 당선함으로써 두 사람은 모두 상원의원의 남편이라는 공통점도 지니게 됐다. (뉴욕 AP=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