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하에 두 아이를 둔 30대 직장여성이 바쁜 일상속에서도 남 다른 향학열을 불태워 오는 21일 도립 충북과학대를 수석졸업한다. 2001년 산업체 특별전형으로 이 대학 컴퓨터정보과학과(야간)에 입학한 문옥이(35.옥천군 옥천읍 장야리)씨는 2년 내내 과 수석을 독차지한 결과 전 학년 평점 4.5점 만점에 4.45점을 얻어 전체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1989년 공주여고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문씨는 이 곳에서 남편 조천휘(39)를 만나 슬하에 두 아들(10세.8세)을뒀다. 직장 생활을 하며 집안 살림을 하기도 벅찬 일상이지만 평소 못 배운 아쉬움을떨치지 못한 그녀는 큰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 굳은 의지로 대학 문을 두드렸다. 매일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고된 회사일을 마치고 등교해 하루 5시간씩 수업을받고 귀가한 뒤 밀린 집안 일까지 하는 강행군이었으나 그녀는 지난 2년간 단 1시간도 수업을 거르지 않았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물론 주경야독하며 1인3역을 수행한 그녀가 '새까만 후배들'을 따돌리고 수석을차지한 데는 남편의 외조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남편 조씨는 피로에 지친 아내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책 구입과 자료 찾기등을 도맡았고 심지어 청소와 설거지는 물론 두 아들의 학교 학부모회의까지 아내를대신해 참석했다. 현재 남편과 함께 옥천군 동이면 비료제조회사인 ㈜카프코에 근무하는 그녀는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방과 후 매일 1시간씩 예습.복습한 게 수석의 비결"이라며 "그동안 공부를 한답시고 아내와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했는데 참고 기다려 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공부를 계속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꿈"이라며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남편이 공부를 마치면 2-3년 뒤 뒤늦은 만학도의 길을 다시 걸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펼쳤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