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명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FTA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한.칠레 FTA가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본격적으로 제2, 제3의 FTA를 추진한다는 구상 아래 협상 대상국을 검토하고 협상전략의 큰 틀을 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제2의 FTA 협상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 올해부터 우리나라와 산관학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출발은 일본보다 늦었지만 한.싱가포르간 교역구조를 볼 때 상대적으로 우리의 부담이 적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표적인 자유무역항인 싱가포르는 FTA 체결로 교역상 혜택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지만 농업분야의 부담이 없고 금융.자본시장 진출의 확대가 예상돼 체결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싱가포르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물품의 90% 가량이 제3국에서 제조된 상품으로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우리측 부담이 별로 없다는 것도 조기 체결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면을 따져 볼 때 현재로선 다음 FTA 대상으로 싱가포르가 가장 부담이 없다"며 "협상이 본격화되면 어느 나라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의 협정 체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 2년 일정으로 한.일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발족됐으나 일본은 이른 시일내에 본격협상을 시작하자고 우리측에 제의해왔다. 정부는 그러나 일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으로 양국간 산업구조 등을 비교할 때 싱가포르보다는 FTA 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정부간 공동연구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멕시코와 아세안(ASEAN)도 정부가 FTA 체결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대상이다. 멕시코는 농산물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고 아세안도 쌀을 제외하면 걸림돌이 없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쌀 문제가 해결되면 협상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는 한.중, 한.중.일 등 아태지역 경제통합 및 북미, 유럽등 거대경제권과의 협정체결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