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산 대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전임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봉을 책정하는 각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기업 스스로 혹은 감독 당국의 간섭으로 이뤄지는 이같은 연봉 삭감은 상대적으로 경영이 나은 기업의 CEO들에 대해서도 `역량에 비해 너무 과하게 받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의 여파를 미치기도 한다. 파산 보호를 신청한 후 오는 4월말까지 회생한다는 목표를 세운 대형 할인점 K마트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CEO가 3명 교체됐다. 교체되면서 연봉이 대폭 삭감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는 찰스 콘웨이 전 CEO는 스톡옵션과 보너스를 포함해 취임 첫해에만 2천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또 회사 전용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있는 혜택도 추가됐다. 그러나 후임자인 제임스 애덤슨은 보너스를 포함해 연봉이 250만달러로 대폭 삭감됐다. 회사가 회생할 경우 36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어려운 시기에 CEO를 넘겨주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앉은 애덤슨은 K마트에합류할 당시만 해도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인 데니스와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을 회생시킨 `경영의 귀재'로 평가받았다. 애덤슨으로부터 CEO를 넘겨받은 현재의 줄리언 데이는 연봉이 더 줄었다. 고작100만달러에 불과하다. 회사가 회생할 경우 100만달러가 보너스로 지급되지만 이것역시 전임자에 비하면 소액이다. 회사 전용기를 이용해도 꼬박 꼬박 개인돈을 내야한다. 그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것이다. 애덤슨이 전에 근무하던 시어스 및 세이프웨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았음이 물론이다. 당국이 개입해 연봉을 줄인 케이스도 있다. 거대 통신회사로 지난해 7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월드컴이 여기 해당된다. 마이클 카펠라스 CEO는 취임 당시 3년간 모두 2천500만달러를 받기로 이사회의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미증권거래위원회(SEC)위원장 출신으로 파산법원을 대표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리처드 브리든이 제동을 걸어 액수가 2천만달러로 깎였다. 카펠라스는 연봉 삭감을 감수하면서 자신이 과거 컴팩과 휴렛 팩커드의 합병을 무난히 수행한 경험 등을 살려 월드컴을 올봄에 기필코 회생시키겠다고 장담했다. 노스이스턴대 경영대학원의 휴란 플랫 교수는 "미식축구 스타들이 1천500만-2천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카펠라스 같은 인물이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문제는 "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대우받는 CEO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잇단 기업회계 스캔들로 법이 강화돼 요즘은 기업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사회가 CEO의 연봉을 견제하는 것은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합당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영을 잘해 회사 수입이 늘어나면 당연히 연봉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포레이트 라이브러리의 CEO 전문 연구원 폴 호지슨은 "CEO 급여는 어디까지나성과급"이라면서 경영을 잘하면 당연히 그만큼 대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도산 기업인 콘세코의 CEO였던 GE 캐피털 출신의 게리 웬딧을 지적했다. 웬딧이 영입 당시 4천500만달러의 연봉을 책정받고는 부채를 대폭 삭감키로한 약속을 상당 부분 이행했음을 상기시켰다. 웬딧이 영입될 당시 82억달러이던 부채가 27억달러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당초 약속한 삭감 목표가 이보다 낮기는 하지만 경기 침체란 외적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사회로서는 약속한 연봉을지급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웬딧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앉았으며 회사는 지난해 12월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후임으로는 윌리엄 셔가 영입됐으나 그의 연봉은 아직 공개되지않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