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e1home@yahoo.co.kr 90년대 중반 홍콩은 액션영화에 이어 무협영화로 우리 극장가를 휩쓸었다. 젊은 관객들은 우리 배우보다 어려운 홍콩 배우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었다. 반면 우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나 스크린쿼터 유지에 생존의 목을 걸어야 했다. 어설픈 시기심이랄까. 당시 우리 영화계는 홍콩영화를 놓고 우리 감독들이 원정 가서 한 수 가르쳐 주었다던 옛날을 들먹이며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 실제로 홍콩 극장가는 자국영화로 막강한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의 7할 내지 8할을 독식하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이 들어오고 나서야 할리우드는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홍콩영화의 르네상스는 중국으로의 홍콩 반환이 이뤄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요즘 홍콩영화는 예전 같은 명성은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재와 아이디어가 돋보이질 않는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적지 않은 영화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떠났다. 거꾸로 우리 영화는 한창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스크린쿼터제가 무의미할 정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드라마는 한류(韓流) 열풍으로 아시아를 사로잡고 있다. 중국학생들이 한국배우를 보려고 수학여행까지 올 정도다. 이유가 궁금하다. 충무로의 누군가는 우리 영화의 소재가 자유롭게 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 저것 실험정신도 충만하다. 젊은 감독이 데뷔를 하기에 우리만큼 쉬운 곳이 없단다. 자유로운 사고를 보장하는 환경은 이렇게 중요하다. 벤처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 그런데 벤처업계는 침체돼 있다. 그간 우리의 영화업계와 벤처업계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면 투자자에 대한 정직성일 것이다. 벤처업계의 스캔들은 귀따갑게 들었다. 영화투자는 시장의 협소함으로 비록 투자자에게 만족스런 수익은 주지 못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았다. 반면 벤처투자는 수익은 고사하고 도덕적으로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깨어진 수익은 회복되기 쉽지만 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윤리경영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