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은 엔론사를 시작으로 꼬리를 문 미국 기업의 회계 스캔들과 관련해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부터 회계 스캔들에서 신용평가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조사하면서 규제 강화가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미 의회도 지난해 3월 회계 스캔들과 관련한 청문회에 신용평가기관 간부들을 소환해 책임 여부를 추궁했다.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및 피치 등 주요기관들이 기업에 부여하는 신용평가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평가기준 등 주요 정책을 상당부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방치해왔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본격화됐다. SEC는 지난 24일 의회에 무디스를 비롯한 이들 3대 신용평가기관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위원회는 이들 주요 기관이 군소신용평가사들보다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는 점을 밝혔다. SEC는 또 신용평가 담당자들이 자기가 등급을 부여하는 기업과 금전적인 연계가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는 이와 관련해 신용평가 담당자가 특정 기업에 대한 "(등급)개념을 공개한 후 60일 동안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라는 점도 의회에 통보했다. 뉴욕 소재 S&P측은 성명을 통해 "SEC의 조치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면서 "지난 25년간 같은 자세로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의회도 이 기회에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다. 해당 의원들은 엔론이 지난 2001년 12월 2일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불과 4일 전까지도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이 회사에 `우량등급'을 부여한 점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이에 대해 무디스 등은 지난해 3월 열린 청문회에서 "엔론 경영진이 장부외 거래 등을 통해 회계를 조작했기 때문에 신용평가회사로서는 이것을 알아챌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업회계 스캔들과 관련해 회계감사회사들과 증시투자 분석가들이 잇따라 엄하게 처벌된 상태에서 유독 신용평가회사들만 빠진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SEC가 차제에 어떤 식으로든 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