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거대한 군사.경제력을 이용해 힘없는 나라들에 자국의 외교정책과 경제목표의 이행을 강요하는 불량배다" 브라질 남부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은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반세계화, 반전, 노동운동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유엔 무기사찰단의 1차 보고가 이뤄진 이날 각종 회의와 토론회 등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석유 전쟁"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사회포럼의 비토리오 아그노레토는 "유엔이 미래에도 역할을 갖기를 희망한다면 미국의 전쟁을 지지해서는 안된다"면서 "유엔은 전쟁을 거부하는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언어학자이자 유명한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는 "미국과 영국 국민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이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거대한 반대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촘스키는 "일견 큰 반대가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는 역사상 가장 큰 것이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WSF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유엔 안보리가 "역사상 가장 중대한 시험" 가운데 하나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틴 데사이 경제.사회문제 담당 유엔 사무차장이 대독한 서한에서 아난 총장은 "중동 폭력사태 격화와 한반도의 핵확산 및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대한 심대한 불안의 배경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미국이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라크 침공에 필요한 군사기지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며 `돈'과 `전쟁'을 맞바꾸는 거래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앙카라의 빌켄트대학 경제학과의 에린크 옐단 교수는 "우리는 경제적 가치가 터키의 전쟁 참여를 정당화하는 흥정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주 정치인 출신의 인권 및 환경운동가 톰 헤이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중인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가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미국 종속을 심화시켜 결국에는 라틴아메리카 빈농들의 고난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34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인 FTAA가 예정대로 창설되면 다국적기업들은 먼저 라틴아메리카를 착취하고 이어 미국의 환경규제와 노동조건도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세계화운동가로 변신한 영화배우 대니 글로버는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해 제3세계의 `질병'을 심화시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를 즉각 해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촘스키 박사는 미국이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서 "미국이 지원하는 쿠데타와 독재 등 과거의 통제수단이 이제는 신자유주의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트 알레그레 AP.AFP=연합뉴스)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