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박사의 WHO 사무총장 당선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의 선출직 수장이 됐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한때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유엔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전문기구의 선출직 수장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또 전세계 보건의료 분야를 한국인이 진두지휘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국제화와 바이오, 백신 등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전문기구 선출직 수장은 처음 = 그동안 국제기구에 진출한 최고위직 한국인이 바로 WHO 결핵국장인 이종욱 박사였을 정도로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리높지 않았다. 특히 WHO와 같은 보건분야 기구에서는 30년 전까지만해도 한국은 전적으로 혜택을 받는 빈국의 입장이었을 뿐 그 수장을 한국인이 맡는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정도였다. 더욱이 WHO는 연간집행 예산이 1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유엔본부와 같은 수준이고 전체 직원도 전문가 3천500명을 포함, 5천명이나 되는 유엔산하 기구중 가장큰 전문기구이기 때문에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 박사가 수장이 될 것으로 보는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박사가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 없이는 생각할수없는 일로 평가된다.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나 남미의 카스트로 등 각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이 자기가 지원하는후보를 위해 적극 뛰었다"면서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이 박사가 당선돼 더 기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 전망 = 이 박사의 당선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보건의료계의 중대관심사였던 이 선거에서 이 박사가 당선됨으로써 일부남아있던 빈국의 이미지도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에진출하는 인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WHO는 전문직원수만 3천500명에 달하고 192개 회원국에 대표부를 두는 등 실제로 하는 일이 많은데다 정치, 종교적인 색채도 적은 기구이기 때문에 그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70년까지 국제사회 지원의 수혜자로 남아있던 한국이 이제는 발전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보건의료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지원국가로 나설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관련산업 발전에도 도움 = 제약업계 등에서는 이 박사의 당선이 다소 뒤쳐졌던 생명과학이나 백신, 제약업 등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평가했다. WHO나 유니세프 등은 매년 막대한 의약품과 백신 등을 구입하는데 이 박사가 그예산을 집행하는 기구의 수장에 오름으로써 관련업계에도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WHO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면서"우리나라에서 WHO 사무총장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나 가격체계 등에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도 "사무총장 배출국가로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이나 의약품의국제적 인증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배가될 것이며 이를 통해 수출증가에도 기여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건의료 시장의 국제화, 개방화가 진행되는 이때 국내 보건의료인들의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도 커져 보건의료계의 글로벌화도 촉진될 수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교류에도 기여 = 이종욱 박사는 북한의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북한을 2번이나 다녀왔을 정도로 열성을 기울인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은 남한의 질병 발생을 줄이는데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대북지원을 둘러싸고 마찰이 일어날 소지도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WHO를 매개로 남북한간 보건의료사업이나 인도적 지원사업, 말라리아 등전염병 공동연구 및 질병퇴치사업 등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한의학 기술교류등을 통한 협력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주종국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