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클로네이드사의 복제인간 탄생 주장 이후 생명공학기술의 윤리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간세포를 가진 쥐'의 생산을 시도, 시민.종교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실험 개요와 의미 연구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에 형광발현유전자(EGFP)를 주입한 뒤 이를 배반포상태의 생쥐 배아세포에 넣었다. 형광발현유전자를 배아줄기세포에 넣은 것은 줄기세포가 쥐의 배아세포에 제대로 주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에 사용된 배아줄기세포는 마리아연구소팀이 지난해 자체 제작한 것으로, 이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 공인 세포주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쥐의 배아세포에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넣은 뒤 6시간 가량 배양시켜 4마리의 생쥐 대리모 자궁에 8∼12개씩을 이식했다. 이 결과 3마리의 대리모가 이식 21일만인 지난 6일 암컷 4마리와 수컷 3마리 등 모두 7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며 나머지 1마리는 지난 27일 4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 마리아연구소는 동물 생체 내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연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최적의 체외분화배양 기술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쥐의 몸 속에 주입돼도 일부 쥐의 장기에 영향을 미칠 뿐 이 쥐가 반인반수의 괴물로 성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세필 박사는 "인간배아줄기세포는 210여개 이상의 장기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시세포로 각종 난치성 질환을 세포차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배아줄기세포가 각종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체외 최적 조건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생체 내에서 이들 세포가 분화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시민.종교단체.학계 반응 시민.종교단체에서는 이번 실험이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기반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리학자들은 가장 끔찍한 경우로 쥐에 들어있는 사람의 배아줄기세포가 쥐의 생식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을 들고 있다. 즉 인간의 정자를 만들어내는 쥐와 난자를 생산하는 쥐가 교미할 경우 새로운 개체 탄생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쥐의 인간세포가 성장과정에서 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도 제기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배태섭 간사는 "배아줄기세포의 연구 허용범위와 관련된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과학자들의 무분별한 연구를 막을 생명윤리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줄기세포 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 자체가 필요없다'는 의견과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능력 확인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한 의과대학의 교수는 "배 아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이 다른 형태의 각종 실험을 통해 입증된 상황에서 이번 실험은 윤리적 논쟁만 부추길 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다른 종에 들어간 동물세포가 생존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배아줄기세포가 쥐의 몸 속에서 발현됐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연구의 의의를 평가해야 한다"며 "하지만 연구가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모 대학 수의학과 교수는 "인간을 대상으로 배아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물을 이용한 분화연구 실험은 과학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