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선충(線蟲)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날씬하고 훌쭉한" 선충으로 변형시키는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비만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개리 루브쿤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선충으로부터 지방의 생산-저장에 관련된 유전자 약 400개를 분리해 낸 다음 이 중 300개의 기능을 무력화(녹아웃)시킨 결과 모양이 아주 가냘픈 선충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유전자 100개를 녹아웃 시켰을 때는 선충이 오히려 살이 쪘다고 루브쿤박사는 말했다. 선충(학명 C. elegance)은 길이가 약 1mm로 양쪽 끝이 가느다란 원통형의 몸통을 가진 벌레로 땅 속에서 박테리아를 먹고 산다. 인간은 200개의 지방 저장 유전자를 포함해 선충이 가지고 있는 총 1만9천개의 유전자 중 약 절반을 공유하고 있다. 루부쿤 박사는 영국의 웰컴 트러스 암연구소에서 개발한 유전자 식별법을 이용해 선충의 지방 생산-저장과 관련된 유전자를 분리해 녹아웃시킨 다음 어떤 결과가나타나는지를 관찰했다. 녹아웃 선충을 만들어 내자면 6주가 걸리지만 루부쿤 박사는 선충의 유전물질을 박테리아에 주입해 이를 선충에게 먹이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 이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 박테리아가 들어가자 선충의 면역체계가 박테리아 속 유전물질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자체의 유전자 배열을 파괴했다. 즉 특정 유전자를 녹아웃시키는 데 선충 자체의 면역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선충 유전자를 하루만에 수 백개씩 녹아웃시킬 수 있다고 웰컴 트러스트 암연구소의 줄리 애링거 연구원은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skh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