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한국인 경제학자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새 정부가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노 당선자의 브레인 교수들이 분배에 관심을 갖는데 대해서는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숨고르기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정책으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에서 지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2003년 미국 경제학회 총회에 참석한 곽승영 하워드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기업 운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정부는 기업을 구제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분명히 하고 모든 것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정부는 은행이 전적으로 상업적인 판단에 따라 대출을 결정토록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은행을 통해서 자율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정부가 재벌개혁에 간여하는게 불가피했지만 이제 기업에 대한 요구는 은행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노 당선자는 여러가지 목표를 거창하게 잡기보다는 '교육 개혁' 같은 한 가지 과제만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배와 성장의 조화와 관련, "정부의 정책의지가 반영되는 분배 중시 철학을 개방경제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한미경제학회(KAEA) 회장으로 선임된 이봉수 휴스턴대 교수(금융학)는 노 당선자 진영의 분배 중시 성향에 대한 일부의 우려와 관련,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교수들이 실제로 급진적이지는 않다"며 "분배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는 것은 일견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국민들은 정부가 너무 많은 재원으로 불필요한 일까지 하려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한미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양영 캘리포니아주립대(새크라멘토) 교수는 "노조에 우호적인 노 당선자가 현 정부의 개혁과제중 가장 미진했던 노동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친화적인 정책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소지가 있다"며 "선거 캠페인과 대통령으로서의 정책 수행은 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탔던 99∼2000년이 개혁을 심도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분위기가 이완되면서 현 정부는 그 기회를 놓쳤다"며 "노 당선자는 3∼5년 후에 효과를 본다는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