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논란끝에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하이닉스반도체[00660]는 일단 부도위기에서 벗어나 회생의 길에 접어들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어두운 그림자로 드리웠던 하이닉스의 리스크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됐으며 정부도 기업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을제거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비 및 연구개발(R&D)투자 문제, 지분매각 등을 통한 자구노력, 세계적인 반도체 경기의 침체 지속, 북핵에 따른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 등 숱한 난제들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무재조정에 따른 효과 = 채무재조정이 완료되면 하이닉스는 현재 자기자본26조원, 발행주식수 52억주에 이르는 기형적 재무구조가 자기자본 6조원(납입자본금2조2천억원), 발행주식수 4억4천500만주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 내년(1조원)과 2004년(3조4천억원)에 도래하는 회사채 등의 채무상환 부담을덜게 돼 운전자금 조달에 허덕이던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이자감면 효과로 매년 1천8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채권단은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 채무재조정과 자구계획 이행이 순조로울 경우 올해부터 4년간 4조4천억원의 설비투자(TFT-LCD 매각분 포함)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그동안 투자 지연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난항을 겪던 하이닉스의 자구노력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위해 미국의 한 컨소시엄과협상중이며 유럽의 반도체업체와 플래시메모리 사업제휴, 현대오토넷, 온세통신 등의 보유 유가증권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1조1천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TFT-LCD업체인 하이디스를 이미 중국 동방전자(BOE)에 3억8천만달러를 받고 매각키로 했으며 이날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지니시너웍스 컨소시엄에 자회사 이미지퀘스트[48410]의 지분 45.34%(450억원)를 넘기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이닉스의 반응= 하이닉스는 오랫동안 끌어왔던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된데 대해 환영일색이다. 이번 조치로 일시적이나마 자금난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면서 사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이닉스측은 물론 이번 조정안을 장기적인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지 않고 있다. 회사가 살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하고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선 자체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제 조기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세계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면서 적극적인 영업활동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과제 및 전망 = 일각에서는 이번 채무재조정안에는 신규 자금지원 내용이 빠져 있어 하이닉스 정상화를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매년 1조-2조원에 달하는 신규투자가 필요한데 침체가 계속되는 반도체 경기흐름으로 볼때 하이닉스가 당장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선진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선행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나노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쏟아낸다면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하이닉스는 내년 2월 임시주총전까지 차등감자와 출자전환 시기의 2004년말 이후 연기 등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해야 하고 정부보조금 지급 여부를둘러싼 미국과 EU의 소송에도 발목이 잡혀 있다. 세계적인 IT산업의 침체 지속, 북핵 문제에 따른 한반도 정세 악화 등 대외 여건도 불안한 상태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인피니온이나 마이크론과 비교해 기술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채무재조정안이 실현되면 충분히 생존할 여지가 높다"면서 "그러나 불안한 대외변수와 반도체 업체들의 적자 가속은 하이닉스의 매각 가능성과 생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