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세기동안 급변해 온 현대조각은 수천년 유지돼온 조각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작품 자체보다는 관람자와의 연관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관람자의 문화·사회적 경험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인식하에 현대조각은 작품과 관람자가 만나는 '시간성'을 강조한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이란 무엇인가'는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을 양식별로 정리해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195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현대조각의 모습을 조각가 34명의 작품을 통해 조명하는 자리다.

한국 현대조각은 돌 나무 철 등 전통재료로 3차원적인 입체물을 보여주는 사실 조각과 80년대부터 등장한 탈장르적 조각으로 구별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세분화해 사실조각 표현조각 추상조각 키네틱조각 빛조각 사진조각 영상조각 설치미술 등 여덟가지 범주로 나눴다.

전통적인 사실조각은 인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현대의 사실조각은 일상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게 특징이다.

표현조각은 대상을 왜곡된 상태로 보여주는 양식으로 작가의 감정이 적극적으로 개입된다.

정현의 '무제' 시리즈는 침목을 재료로 보여주는 인체상인데 팔 다리가 생략되어 인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추상적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경향인 추상조각은 유기적 추상,앵포르멜적 추상,미니멀적 추상,기하학적 추상으로 나눠 전시했다.

유기적 추상은 인체나 식물 등 대상의 형태를 단순화시킨 조각이다.

추상조각 1세대인 김종영 김정숙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장 아르프의 작품에 매료돼 유기적 추상작품을 추구했다.

미니멀 추상은 재료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문섭의 '메타포' 시리즈는 돌 나무 흙을 재료로 한 작품으로 재료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를 강조하는 '물성'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작품이 바람 또는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키네틱조각,레이저 홀로그램을 이용한 빛조각,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입체로 환원시킨 사진조각,미디어아트인 영상조각 설치미술 등은 가장 현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조각 작품들이다.

내년 2월9일까지.

(02)580-151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