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바주(州) 코타 키나발루 공항에서 차로 40여분 거리.

울창한 열대림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마을을 풍경으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샹그리라 라사리아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4백에이커 크기의 화려한 열대 식물군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리조트는 앞뒤로 강과 바다에 접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4,101m) 산을 등지고 있어 수려한 풍경이 매력적인 장소다.

리조트에 들어서면 '환영의 징'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단 한 명의 손님이 오더라도 징은 어김없이 울려댄다.

마치 외부 세상에 보이지 않는 장막을 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징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나만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꿈같은 휴식이 시작된다.

리조트를 제외하고는 문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외딴 곳에 위치한 라사리아는 말레이시아 말로 '행복한 시간(Happy Time)'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느끼는 행복이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연 속에 동화돼 버리는 자유로움이다.

평화롭게 일렁이는 바다는 빨아들일 듯 시각을 자극하고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은 근심 걱정을 실어 멀리 떠나 보낸다.

키나발루 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해변가에서 승마를 즐기고 있으면 달릿 해안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린다.

밀려오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면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어와 머릿결을 흩날리는 기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라사리아에서는 시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바의 방식으로 높게 만들어진 지붕이 인상적인 라운지를 시작으로 건물의 어느 곳을 둘러봐도 시계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느긋한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행복한 시간은 남지나해 한복판에서 그렇게 멈춰서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필요한 모든 것은 리조트 내에 있다.

누구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나가 봤자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이기 때문에 나갈 필요도 없다.

리조트 전면에는 길이 3km에 달하는 아름다운 백사장이 남지나해를 향해 펼쳐져 있다.

에머랄드색으로 반짝이는 바다는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면서 시원한 바람을 몰고 와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식혀준다.

발가락을 간질이는 고운 모래해변을 맨발로 걷다보면 미풍에 너울거리는 요트의 움직임이 평화롭다.

날카로운 엔진소리가 거슬리는 동력 해상 스포츠는 이곳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리조트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열대림에는 오랑우탄과 삼바 사슴, 긴꼬리 마카큐 등 많은 동물들이 야생 그대로 살고 있는 자연보호공원(Nature Reserve)이 64에이커 면적에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수컷 1마리를 포함해 모두 6마리의 오랑우탄이 관광객들 곁에서 재롱부리는 광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 서식지와 리조트가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고 있다.

리조트에 횃불이 밝혀지기 시작하면 온통 푸른색으로 뒤덮인 해변가의 코스트 레스토랑이 가장 눈에 띈다.

바닷 속 생물들의 형상을 테마로 내부를 장식한 코스트는 천장에 거대한 인조 해파리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캘리포니아식 레스토랑이다.

벽은 조개 껍질 모양으로 장식해 마치 잠수함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라사리아는 멋진 골프장도 갖고 있어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리조트 뒤편에 조성된 달릿베이 골프클럽(18홀, 파72)에서는 아름다운 해안선의 지리적 조건을 최대한 살린 165 에이커 크기의 페어웨이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아시아의 유명 골프장들을 설계한 테드 파슬로우가 디자인한 이곳은 수많은 벙커와 습지를 극복해야 하는 난이도 있는 코스로 탐바랑 강과 웅장한 키나발루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주변 풍경이 인상적이다.

< 글 = 정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