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실태 보고서가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걸프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규모를 5만명 증강하도록 명령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4자회담 협상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의 보고서는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우리는 사담 후세인이 무장해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매우 진지하며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해 유엔내 우방들과 협력하는데도 매우 진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평화적으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적극적인 동맹세력'을 이끌고 이라크로부터 대량살상무기를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한 국방 관계자는 부시대통령이 이같은 발언 후 걸프지역에 내년 1월초까지 미군 5만명을 증파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앞으로 1-2주 안에 공식 파병명령에 서명할 것이며 이로써 "여러 전선에서 전투태세가 고조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증파될 병력에는 수만명의 예비군이 포함되며 이같은 병력배치가 완료되면 부시대통령은 1월말이나 2월초 이라크에 대한 전투작전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걸프지역에는 현재 6만5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중 1만5천명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와의 접경지역에 배치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5-6주에 걸쳐 이라크의 위반행위를 적발해내는 한편 겨울철 공격에 대비해 이라크 주변에 병력을 증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일개 국가가 아니라 안보리"라고 말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위반했다고 독자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안보리 이사국들을 따돌리는 것임을 지적했다. 미국의 일부 의원들도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서두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원로 아이크 스켈턴의원은 이라크의 보고서가 불완전하다 해도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치는 않다"고 말했다. 상원 국제관계위원회의 헨리 하이드 위원장(공화)도 "미국이 이 시점에서 인내심을 발휘해 유엔 합의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우방들과 협력하면서 장차 취할 조치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