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올 여름 태풍 '루사'의 피해를 입은 강원도 한 조그만 산골마을이 100일동안 겪은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오는 28일 밤 11시55분 방송되는 「태풍 '루사' 그후-풍곡리,100일간의 기록」은 지난 9월 2일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로 수해 취재를 나간 취재팀이 100일간 풍곡리 주민들과 지내면서 수해의 참상과 좌절, 그리고 극복과정을 여과없이 담은 내용이다. 결혼식 참석차 경기도에서 오던 칠순 노모와 큰 형님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당한뒤 닷새 뒤 싸늘한 시체로 되돌아온 학교 관리인 민병호씨네 가족. 42년간 정들었던 집에서 '라면 한상자' 들고 맨발로 뛰어나온 만물상 이상출씨가족. 개학하자마자 임시휴교를 맞은 풍곡마을 어린이들. 폐허가 된 마을이 낯설기만 한 5학년 효순이의 일기장. 수해의 참담함이 조금은 치유된 듯해 보이는 12월 8일 풍곡리에 하나둘 올라선새 집들과 아직 보금자리를 마련못한 주민들이 살고있는 컨테이너위에는 눈이 쌓였다. 모든 걸 잃다시피한 일부 주민들은 아예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플라잉 낚시를 즐기던 가곡천과 가곡 휴양림에 둘러싸인 풍곡리 마을은 무너져내린 뒷산의 폐광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황산과 중금속에 오염돼 예전의 모습은 다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매년 되풀이되는 대규모 재난과 복구, 그 이후 모습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