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1:47
수정2006.04.03 01:49
'이회창 없는 한나라당의 앞날은.'
지난 6년간 당을 이끌어온 이 후보의 정계은퇴로 구심점을 잃게된 거함 한나라당호의 진로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를 대신할 만한 뚜렷한 당내 인물과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을 겨냥한 중진들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보혁 세력간 갈등 조짐도 보인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당분간은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견상 단합하는 모양새를 취해나갈 전망이다.
◆패배충격 수습 나선 지도부=한나라당은 20일 대선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오는 2004년 5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서청원 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조기 전당대회만이 대선 패배에서 벗어나 당이 화합해 국정에 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당수습책을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23일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와 관련,당 일각에선 최고위원 동반사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의 지도부가 와해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일단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년1월말께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서 대표는 또 대여공세를 통한 난국타개 방침도 분명히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 대한 국정협력 의사를 밝힌 뒤 "대북 4억달러 지원,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나라종금 의혹,공적자금 낭비 등 국민적 의혹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책론에 따른 갈등은 불가피할 듯=당 지도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선 패배에 따른 인책론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대선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당지도부를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비판적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총 유권자의 48%에 이르는 20,30대 젊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릴 만큼 당이 관료화되고 노령화됐다"는 전문가들의 패인 분석은 2004년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개혁성향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자연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이들 비주류측과 당내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측간 마찰과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년층 중심의 현재 인적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맞물려 각 계파간 당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고개를 치켜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의원 1백51석을 보유한 초대형 야당이 정계개편의 진원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남 김해 출신의 노 당선자가 동서화합을 기치로 한나라당 텃밭인 PK(부산·경남)지역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