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인종격리주의 찬양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트렌트 로트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을 맹공, `로트 파문'이 가열되고 있다. 파월 장관은 이날 한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으로 "로트 의원의 발언에 정말 실망했다. 그 발언의 이면에 깔려있는 사고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상원 다수당 대표를 맡을 로트 의원은 최근 한 파티에서 지난 1948년인종격리 정책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했던 스트롬 서먼드 당시 상원의원이 당선됐더라면 미국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파월 장관은 "1948년 이른바 딕시크래트의 주장은 그 때도 미국인들에게 수용될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로트 의원과 오랫동안 일해 왔지만 그의 명분을 수호할 근거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딕시크래트란 서먼드 의원의 출마 당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공민강령(公民綱領)에 반대하며 인종격리주의를 지지한 민주당 이반파(離反派)를 지칭하는 말이다. 파월 장관은 이어 "내가 정녕 하고 싶은 말은 상원이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원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푸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링컨 샤피 상원의원(공화.로드아일랜드)은 공화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로트 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 문제에 대해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해 로트 의원의 상원 대표 내정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로트 의원의 발언에 유감을 나타내긴 했으나 그가 사임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로트 의원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USA투데이와 CNN이 미국 성인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47%는 로트 의원이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반면 그를 지지한 응답은 30%에 그쳤다. 또 응답자 중 45%는 로트 의원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16%와 22%에 머물렀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