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법무법인 한결의 조광희 변호사(35)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다름아닌 영화관련 소송건. 바로 나흘 뒤인 15일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하얀방"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당한 것이다. 모 산부인과가 "영화에 나오는 M산부인과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낸 것. 조 변호사는 영화제작사와 투자사를 대리해 소송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판결 날인 14일에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집행위원으로 참석키로 돼 있었다. 판결을 확인하지 못한 채 부산으로 가면서 조마조마했던 그는 도착후 곧바로 승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약 승소하지 못했다면 15일 영화개봉은 물거품이 되므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취소하고 사후수습을 해야했다"며 당시의 일을 웃음으로 대신했다. 조 변호사는 "영화인이 아닌 영화인"으로 통한다. 특히 국내 영화법률 자문분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영화법률자문은 영화제작자,투자사,배우 등과의 계약서 작성 등 모든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일. "평소 영화를 너무 좋아한데다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분야에 관심이 많아 영화 법률자문을 시작했다"는 그는 법무법인 한결에서 국내 유일의 엔터테인먼트팀을 이끌고 있다. 조 변호사는 국내 개봉영화의 30~40%(주요 영화제작사의 절반)정도에 직.간접적으로 자문을 맡고있다. 고객은 투자사인 코리아픽쳐스,튜브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인 명필름,강제규 필름,영화사 봄,좋은 영화사 등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고 있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과 "YMCA야구단","인디안 썸머","공동경비구역 JSA"등 10여건의 영화 자막에 "법률자문 조광희"란 이름이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영화자막에 이름이 올라야 진짜 영화인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지난 99년 영화 "둘하나 섹스"가 등급분류 보류를 받자 행정소송을 대리한 것.결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상영등급분류 보류"는 지난해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투자나 제작과정,계약관계 등 법률체계는 아직 미흡하다"며 "앞으로도 영화제작자들에게 체계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명필름의 심보경 이사는 "조 변호사는 법조계에 있으면서도 영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 자문을 받을때 대화가 잘 통해 일하기가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일 등 특별한 날 이외에는 항상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한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의아해 했으나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고 그는 말했다. 1주일에 1~2편의 영화를 보는 영화매니아이며 홈페이지(www.untrodden.net)도 운영하고 있다. "와니와 준하"를 만든 영화사 청년필름과 맺은 조 변호사의 자문계약은 독특하다. 서울관객이 30만명을 넘으면 1명당 1백원씩의 자문료를 받기로 했다. 30만명을 넘지 않으면 자문료는 없다. < 조광희 변호사 약력 > 1989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90년 32회 사법시험 합격 1994년 사법연수원23기 수료 1994~95년 법무법인 우방 근무 1997~현재 법무법인 한결 근무 1999년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수사관 2002년 한국독립영화협회 감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강사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감사 글=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