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골퍼들이 모이는 미국 PGA투어에서 올 들어 '기량 평준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양권 선수들에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 PGA투어에서 올 시즌 아시아선수 두 명이 정상에 올랐고 28일 현재까지 열린 47개 대회 중 17개 대회에서 '첫 우승' 챔피언이 나왔다. 제리 켈리(소니오픈),매트 고겔(AT&T대회),렌 마티어스(닛산오픈),케빈 서덜랜드(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이안 레갓(투산오픈),매트 쿠차(혼다클래식),크레이그 퍽스(플레이어스챔피언십),최경주(컴팩클래식),크리스 스미스(뷰익클래식),스파이크 맥로이(BC오픈),크레이그 패리(NEC인비테이셔널),크리스 라일리(르노타흐오픈),존 롤린스(벨캐나디안오픈),찰스 하웰3세(미켈롭챔피언십),필 타타우랑기(인벤시스클래식),봅 번스(디즈니클래식),조나단 비어드(뷰익챌린지)가 그들이다. 그 중에서 최경주,켈리,고겔은 올해 2승씩을 올렸다. 또 서덜랜드는 역대 대회 최하위 시드권자(62번)로 출전해 톱랭커 63명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퍽스도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큰 대회에서 대어를 낚았다. 그런가 하면 47개 대회 중 3승 이상을 올린 선수는 타이거 우즈 한 명뿐이다. 몇몇 톱랭커들이 우승을 나눠 가지는 과거의 패턴이 없어진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부동의 세계 1위' 우즈를 포함해 투어에서 뛰는 1백40여명 선수 누구나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미 투어 프로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레갓의 경우 지난해 상금랭킹 1백33위로 시드를 잃은 뒤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다시 투어카드를 획득한 케이스이고 비어드는 지난해 바이닷컴투어 상금랭킹 8위 자격으로 투어에 데뷔한 신인이다. 미 투어 프로들의 기량이 평준화된 데는 한 차원 높은 골프를 선보인 우즈의 등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우즈가 폭발적 장타력과 뛰어난 게임 운영을 발판으로 우승을 '밥 먹듯'하자 다른 선수들도 우즈를 제치기 위해 우즈식 골프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전반적인 기량 향상으로 나타났다. 또 첨단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를 둔 골프장비 및 스윙 테크닉 발달도 투어 프로들의 기량을 상향 평준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2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파인마운틴의 마운틴뷰CC(파72)에서 끝난 뷰익챌린지(총상금 3백70만달러)에서도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신인 조나단 비어드(24·미국)가 이날 9언더파 63타,4라운드 합계 27언더파 2백61타로 데이비드 톰스를 1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것. 비어드는 이날 7번홀(파5)에서 드라이버샷이 오른쪽으로 굽어 위기를 맞았으나 그 볼이 때마침 낙하지점 부근에서 구경하던 약혼녀의 어깨에 맞고 페어웨이쪽 러프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비어드는 그 홀에서 버디를 잡았는데 다음달 24일 결혼하게 될 약혼녀가 아니었으면 최소 1타는 더 칠 뻔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