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가 반대하는 가운데 미국은 22일 유엔 결의가 없으면 독자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프랑스와 러시아 등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이날 미국이 제시한 이라크 결의안 수정안에 대해 잇따라 비판적 입장을 표명, 논의가 난항을거듭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집회에서 "유엔이결론을 못내리고 사담 후세인이 무장을 해제하지 않으면 우리가 평화를 위해 국제연대를 이끌고 무장을 해제시킬 것"이라며 독자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 유럽연합(EU) 외무장관회담 참석 중 "프랑스와 미국이 합의를 이루려면 먼저 논의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이날 수정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타르-타스와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통신들은 '정통한 모스크바의 한 소식통'을 인용, 미국의 결의안 수정안은 "실망스럽고 수용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1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배포한 결의안 수정안에서 종전에 주장해온 '모든 필요한 수단' 요구를 철회했으나 여전히 군사적 행동을 허용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가 유엔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는 문구는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되며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계속 위반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안보리의 경고를 상기시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는 프랑스는 이라크에 무장해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주지않고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결의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일단 이라크에 유엔 결의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뒤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반대하면 두 번째 결의를 통해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이른바 2단계 접근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36시간 안에 3차례나 만나 수정안을 논의했으나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이 채택되려면 15개안보리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 등 9개국이 찬성해야 한다. 한 외교관은 "러시아가 모든 것에 이의를 제기해 협상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으며 미국도 이라크 결의안 채택이 '복잡하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시인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이 이라크 결의안 문제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나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결의안이 안보리 표결에 부쳐질 때 어떤 내용이 될지 알 수 없다"며 "또 표결에 부쳐져도 통과될 지 부결될 지, 아니면 거부권이행사될 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라크는 이날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에 무장해제에 대한 강력한 새 결의안을 추진하려는 미국에 과감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이라크 국영 TV는 "새 결의안 채택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의 합의를 위반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워싱턴.모스크바 AP.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