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추진에 맞서 대북 경제제재를 위한 외교적인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제네바 핵기본합의를 파기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제네바 핵합의는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북한 경수로 건설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북한 경제는 또 다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 경수로 타격 =미국은 현재 제네바 합의에 따라 경수로 2기를 건설할 때까지 대체에너지로 매년 중유 50만t을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핵기본합의가 파기되면 중유 공급이 즉각 중단될 수밖에 없고 이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경제에 치명상을 안기게 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제네바 합의 파기나 대북 경수로 사업 및 중유제공 중단은 영변 핵동결 해제 등 북한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면서 한반도 안보정세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이 내려질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총 46억달러에 달하는 대북 경수로 사업의 재원 중 우리 정부가 공사비의 70% 가량인 32억2천만달러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경제제재 현황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차단하는 광범위한 제재를 가해 왔다. 대북 군수품이나 군사기술 수출을 금지해 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최혜국 대우나 일반관세, 수출입은행 보증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국제금융기구의 금융지원이나 미국민과 북한 정부간의 승인되지 않은 금융거래도 못하게 했다. 미국은 다만 지난 95년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수입 △북·미 직통전화 개설 △북한 여행 자유화 등의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취했다. 이어 99년 △북.미 상업 항공운항 △민감하지 않은 물품.용역 수출 △북한 천연자원 수입 등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이때 북한이 핵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에 두 차례 제재를 완화한 부분에 대해 다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