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전문지인 포브스는 CEO 언론인 컨설턴트들에 대한 조사 결과 과거 20년 동안 발간된 경영전문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1982년에 발간된 '초우량기업의 조건'이 선정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책에는 당시 일본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고전하고 있던 미국기업들을 위해 매킨지사의 파트너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만이 미국의 43개 초우량기업들의 성공요인을 연구한 결과가 나와 있다. 이들은 업종에 관계없이 최고의 품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회사로 정의하고 있었고,일본기업 못지 않은 강력하고 훌륭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 공유가치가 중심이 된 기업경영의 분석틀인 7S 구조도와 행동치중,고객밀착,자율성과 기업가 정신,사람을 통한 생산성 향상,현장참여와 가치관 중심,본업 충실,단순조직과 소수 스태프,통제와 방임의 공존 등 미국 초우량기업들의 8가지 특징이 이 책의 핵심 발견사항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원의 교수인 제임스 콜린스는 15년 간 누적 주식수익률이 주식시장 전체와 같거나 못하다가 전환점을 기준으로 이후 15년 간 시장의 최소 3배,최고 18배,평균 7배의 누적수익률을 보인 11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을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비교 분석하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통해 발표했다. 이 책은 앞의 조사에서 CEO들이 선정한 최고의 경영서적으로 뽑혔다. 위대한 기업으로 선정된 11개 회사 CEO들 중 10명이 내부 출신이었고,경영진의 보수 수준과 기업 성과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었으며,신규사업·기술·인수합병 등도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과 상관관계가 적었다는 등 흥미있는 발견내용들이 보고됐다. 위대한 회사로 전환전의 축적단계에서는 개인적인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융합한 리더의 존재,할 일을 정하기 전에 인재 모으기,신념을 지키되 냉혹한 사실을 직시한 것이,도약단계에서는 구성원들이 세계 최고를 목표로 열정을 쏟을 수 있고,높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분야를 선정하여 규율있는 문화로 이에 역량을 집중하고,기술 응용의 선구자가 된 게 위대한 기업이 되는 추진력이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조사에서 전체 2등을 차지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콜린스는 1945년 이전에 설립된 18개 비전기업을 연구하여 이들이 핵심 경영이념은 보존하되,지속적으로 발전을 자극하는 자세로 경영해왔음을 밝혀냈다. 이들 비전기업들은 크고 대담하고 위험한 목표,사교집단 같은 기업문화,많은 것을 시도하되 잘되는 사업만을 계속하는 자세,대부분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그리고 끊임없이 개선을 추구하는 혁신능력을 갖추었다. 최근 세계의 경제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1997년의 외환사태가 빚어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도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다. 대통령선거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둔 불확실성,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신고립주의에 빠져 있는 미국의 군사적 행보와 신경제의 성패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겹쳐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부사정을 보면 인플레이션이 걱정되고,세계경제를 보면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서 스태그플레이션·슬럼프레이션의 조건이 갖추어져 가는 것 같아 두려운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 신화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CEO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선견력,기업의 핵심역량으로는 기술·연구개발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그러나 앞에서의 연구 결론은 내부 출신의 CEO,핵심 공유가치와 강력한 기업문화,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도전적인 목표,그리고 끊임없는 혁신 추구 자세가 어울려 최고의 기업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이에 더하여 삼성그룹의 제일주의와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서두칠·문국현의 투명·공개경영,개인의 자존의식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신바람 경영,단기 목표관리시스템 등과 같은 한국식 경영의 성공조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세계표준의 수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형 자본주의 정신의 탐구와 한국형 경영의 성공요인을 찾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우선은 생존이 최우선의 전략이다. ilsupkim@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