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말 미국의 호황을 견인했던 증시와 인터넷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신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는 생산성 증가율마저도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경제와 주식시장의 전반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생산성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왔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90년대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기 보다는 단순히 노동시장 재편에 따른 현상으로 파악, 생산성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은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교수로, 90년대 후반의 생산성 증가는 달러 상승과 의료비용 감소, 유가 하락 및 인터넷의 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실질 생산성은 상당폭 수정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72년~95년까지 연 0.8%포인트를 기록했던 노동생산성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의 노동생산성 성장률은 절반가량으로 하향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고든 교수는 특히 미국의 2분기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4.8% 증가한 것은 "경제회복 초기에 나타나는 거품현상"이라면서 생산성은 지난 91년 경기침체에서 회복한 직후 1년간 무려 4% 증가했었지만 이후 8분기동안 성장률이 1.1%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욱 우려되는 문제는 경제 회복기의 생산성 증가세조차 둔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이다. 이 신문은 경제 회복을 떠받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부채규모가 이전 사이클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에 현재처럼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는 소비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기업은 경비절감을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또다른 증시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실물 경제이론과는 달리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생산성 증가가 90년대 후반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에 적지않게 기여해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