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 이 후보 측근 등을 포함한 10여명의 금융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대업씨와 김도술 전 수도통합병원 부사관에 이어 이 후보의 측근인사로 알려진 이형표(55)씨의 금융계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거래 내역을 추적중인 것으로 확인돼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등 정치권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씨는 이 후보가 대법관이던 80년대부터 개인비서를 지낸데 이어 현재 이 후보개인후원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로, 이 후보측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최근 `이 후보의 집안일을 도와온 이씨가 정연씨와 수연씨의 병역문제에 개입했다'는 제보를 입수, 진위확인 차원에서 계좌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업씨가 지난 91년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서 한인옥 여사가 병무청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도술씨의 진술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제출한 만큼 검찰 입장에선 이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이씨 등 당시 이 후보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게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씨 외에 김도술 전 수도통합병원 부사관, 김대업씨와 가족 등 10여명의 계좌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김도술씨의 경우 91년 정연씨 병역면제와 관련, 김대업씨 주장대로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로부터 2천만원 가량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이들 외에도 김길부 전 병무청장 등 법원에서 압수영장이 기각된 20-30명에 대해서도 보강작업을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병풍'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이 이처럼 병풍수사 시작 한달여만에 관련자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는 것은 정연씨 병역면제를 두고 엇갈리는 진술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객관적 물증을 잡기 위한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정연씨 병역면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 측근인 이형표씨에 대한 계좌추적과 관련, 검찰이 그동안 조사를 통해 계좌추적을 할 만한 단초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지 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돈이 오갔다는 구체적 정황이 확보되지 않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거나 관련 첩보가 입수되면 확인작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도 그런 차원일 뿐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거듭강조했다. 그러나 `김대업 테이프' 녹취록에 돈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김도술씨 외에 이후보 측근 등 핵심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이 실시된 것만으로도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