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항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아쉬움 속에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은 북한과의 친선경기로 승부를 떠난 화합의 마당이긴했지만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남아있고 부산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전력점검의 의미가 담겨 있었기에 박 감독의 아쉬움은 더 컸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키워 놓았던 월드컵 멤버가 대거 빠지기는 했으나 남측팀에는 프로축구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이동국(김은중)과 김은중(대전 시티즌)을 비롯해 태극전사 이영표와 최태욱(이상 안양 LG), 최진철(전북 현대), 이운재(수원 삼성)까지 포함돼 있었다. 상대가 대표팀급의 정예 멤버였지만 지금껏 국제무대에서의 경험과 기량으로 볼 때 이날 경기는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최태욱과 이영표의 측면 돌파를 앞세운 한국의 공격은 수비수 3명에서 2명이 빠르게 가세하는 북한의 기민한 수비에 막혀 공격의 루트를 찾을 수 없었다. 중앙 공격수 김은중과 이동국은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 공간을 만들지 못했고 미드필더진도 상대를 압박하지 못한 채 한번의 긴 패스로 최전방에 연결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최진철-박요셉-조성환으로 짜여진 스리백 수비라인도 날카로운 크로스에 이어 2선에서 돌아들어 오는 북한의 전영철, 김영수 등을 번번이 놓쳐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전반 4분 전영철의 슛을 비롯해 빠르게 최전방에 연결되는 역습은 노련한 골키퍼 이운재가 없었더라면 실점을 당할 수 있었던 위기상황으로 지적됐다. 아시안게임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이 남은 기간 조직력을 가다듬어 월드컵의 영광을 부산에서 재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