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속을 지켰다. 6월 전국을 환희와 감동의 물결로 요동치게한 '우리들의 영웅'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남북통일축구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팀의 벤치에 앉았다. 기술고문 자격으로 월드컵 때 자신을 보좌하던 박항서 감독의 옆자리를 지켰지만 꼭 2개월전 정들었던 한국땅을 떠나면서 '굿바이'가 아니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자는 의미로 말했던 `소 롱'(So long)'의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한국의 4강신화를 연출한 히딩크 감독이 비록 조언자 역할이지만 다시 한국팀 벤치에 앉은 것은 6월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와의 3-4위전 이후 70일만의 일이다. 박항서 감독은 '모시던 분'에 대한 예우로 히딩크 감독에게 사령탑의 자리(?)인 벤치의 오른쪽 좌석에 앉도록 권유했으며 히딩크 감독도 미소로 '뜻'을 받아들였다. 경기시작 전 선수 소개와 함께 히딩크 감독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관중석 곳곳에서는 우뢰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고 히딩크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와 함께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한국이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할 당시의 장면이 상암벌에서 재차 연출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그는 어느덧 프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양복 상의를 벗은 히딩크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경기를 단순히 관전하는 게 아니고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등 기술고문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 했다. 그의 연인인 엘리자베스도 관중석에서 '화합의 축제'를 즐겼다. 세계적인 명조련사 히딩크 감독이 향후 2년간 한국축구의 조언자로 있는 함께하는 한 폭주기관차의 무한질주는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자신감을 심어준 자리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