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에 비해 훨씬 개방적인 리눅스 운영체제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와 해커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리눅스 시장에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 오라클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리눅스가 정보기술(IT)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지난 12~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리눅스 월드 2002' 전시회 개막 기조 강연에서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회장은 "리눅스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은 "올해 말까지 오라클의 모든 제품을 리눅스에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행사에서 CA 오라클 IBM 등은 기업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리눅스용 소프트웨어를 내놓아 리눅스가 기업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음을 보여줬다. 존 핀콤 CA 부사장은 "CA는 리눅스 기반의 보안 백업 고객지원 등 업무용 솔루션 50여종을 개발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리눅스가 기업의 모든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는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미 세븐일레븐 RJ레이놀즈타바코 모건스탠리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 에어뉴질랜드 도이치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미 국방부 농림부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를 비롯해 프랑스 중국 튀니지 등의 정부 기관에서도 리눅스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HP는 이번 행사를 맞아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체인 L3커뮤니케이션스, 웹호스팅 업체인 미디어템플 등이 리눅스 컴퓨터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아마존닷컴은 레드햇과 협력,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리눅스 제품으로 바꿨다고 소개했다. 리눅스 서버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독자 운영체제의 제품을 공급해온 썬이 저가형 리눅스 서버를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은 가격이 2천7백95달러에 불과해 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IBM 델컴퓨터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시회엔 리눅스 경쟁 제품인 윈도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처음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MS는 '유닉스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서비시즈(SFU)'와 윈도 내장(Embedded)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SFU는 유닉스용 응용 프로그램을 윈도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리눅스는 유닉스와 호환성이 높아 이 제품은 리눅스 이용자들을 윈도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가, 리눅스를 채용한 홈서버를 내놓았다. 컴퓨터는 물론 TV 전등 등 가정의 모든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홈 엔터테인먼트 및 정보 서비스의 핵심기기로 사용된다. IDC는 리눅스 기반의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시장이 지난해 8천만달러에서 오는 2006년 2억8천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리눅스 서버 시장은 올해 62만여대로 지난해보다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윈도 서버는 12%(2백80만대), 유닉스 서버는 5%(69만대)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