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에도 '퍼널리스트' 시대가 오고 있다. 퍼널리스트(funalyst)는 펀드매니저(fundmanager)와 애널리스트(analyst)를 합친 신조어.투자대상 기업을 직접 탐방,분석하는 애널리스트 본연의 업무는 물론 투자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펀드매니저를 겸하는 이른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최근 국내 투신사나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금을 직접 굴리는 '바이사이드(Buy-side)'에서는 리서치기능 강화 차원에서 몸소 기업탐방이나 장세진단을 하면서 투자포트폴리오를 짜는 퍼널리스트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스카우트 대상이 대부분 '셀사이드(Sell-side)'에서 일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것. 예전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바이사이드 쪽으로 옮기는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름꽤나 높은 베테랑들이 잇따라 투신사나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남우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설립한 리캐피탈투자자문은 퍼널리스트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사의 인력은 대부분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대우증권에서 통신장비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허성일 상무,신영증권 IT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승우 부장,모건스탠리증권에서 자동차·소비재쪽 애널리스트였던 황기두 이사 등은 모두 퍼널리스트로 분류된다. 지난 3월 대우증권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전략센터로 이동한 이종우 실장도 대표적인 퍼널리스트로 꼽힌다. 그는 10년간 스트래티지스트와 4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했었다. 이 실장은 "지난해 5명으로 시작해 현재 9명이 퍼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중 3명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투신운용사들도 퍼널리스트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투신운용은 지난 5월 리서치부서를 만들면서 굿모닝증권의 홍춘욱 스트래티지스트를 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현재 한화투신운용 리서치팀 4명중 3명이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굿모닝투신운용은 현대증권의 최인호 애널리스트(통신장비 담당)를 지난 7월 조사분석팀장으로 맞아들이면서 부서내 전문인력을 5명으로 늘렸다. 동부투신운용도 최근 굿모닝증권 출신인 반영원 애널리스트를 조사분석팀 부장으로 영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리서치팀을 신설해 현재 4명의 퍼널리스트가 활동중이다. 회사측은 오는 9월까지 이들 인력을 6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신운용도 올해말까지 투자전략팀 리서치 인력을 작년보다 2배이상 늘어난 6명으로 증원할 방침이다. 세종증권 출신 이동호 연구원(이코노미스트)과 SK증권 출신인 채승기 연구원(금융담당)이 삼성투신운용과 SK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퍼널리스트 성격을 띤 이동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퍼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펀드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자금운용기간도 장기화되고 있는 투자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정부의 자산운용법 완화 방침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리캐피탈 허성일 상무는 "시장 환경에 좌우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에 근거해 접근하는 투자방식이 시스템화되고 있는 추세와 연관이 깊다"며 "운용사들이 리서치 기능을 겸비하면 투자판단에 정확성과 신속성을 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센터 실장은 "애널리스트 활동을 거치면서 기업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정립한 다음 운용파트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경력 수순"이라며 "기업분석과 투자를 병행하는 퍼널리스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기업보고서를 공개하는 부담은 없지만 철저히 수익률에 대한 책임을 지는 만큼 신중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