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아 시돈(현 레바논)의 시인이자 탐험가인 안티파트로스는 기원전 266년 배를 타고 인류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찾아 나섰다. 그리곤 그리스 북서부 제우스신전에서 상아와 황금으로 덮인 제우스신상(BC 5세기)을 만났다. 그는 이후 수차례 여행 끝에 로도스 항구의 청동거상(그리스·BC 3세기),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로스왕릉(그리스·BC 4세기),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터키·BC 6세기),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이집트·BC 3세기),이집트의 쿠푸왕 대피라미드(BC 26세기),바빌론의 공중정원(이라크·BC 5세기)을 발견,이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명명했다. 가깝게는 기원전 3세기에서 멀게는 26세기에 조성된 이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세워졌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기중기도 없던 그 옛날에 무슨 수로 2.5톤짜리 돌 2백30만∼2백50만개를 쌓아 올렸는지(피라미드),30층 건물 높이의 계단식 정원을 어떻게 만들었는지(공중정원),높이 36m짜리 청동상의 다리가 항구 양쪽에 걸치도록 설치한 기술은 어디서 비롯됐는지(로도스상),높이 1백35톤짜리 등대 꼭대기에 무게 12톤짜리 이시스여신상을 올려놓은(파로스등대) 비밀이 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피라미드 외엔 모두 중세 이전에 멸실돼 기록과 전설로만 남았던 이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나 조각이 엄연히 실재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민족의 파괴 때문이든 지진과 화산폭발 등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든 한때 그토록 뛰어난 문명의 유산들이 한 순간 자취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옛 문명의 흔적이 속속 발굴되는 가운데 중국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에서 BC 770년(東周) 사람과 말을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대거 발견되고,이집트 카이로에선 살아있는 듯 섬세하게 빚어진 4천5백년 전 인물상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뤄양은 황허,카이로는 나일강 유역으로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더없이 화려한 시절을 구가한 곳들이다. 이곳 유적과 유물의 규모나 형상이 놀라울수록 찬탄과 착잡한 마음이 교차하는 건 무슨 까닭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