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신당창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후 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던 신당창당론이또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 8.8 재보선을 앞둔 선거지형이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오히려 김홍업씨 기소, 서해교전, 마늘협상 파동 등으로 상황이 더 악화된 측면 마저 있어 당내에 재보선 결과에 대한 위기감이 벌써부터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신당론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중심으로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노무현당'으로 전환하자는 신당론과 노 후보 배제 및 제3세력 영입을 통한 신당론 및 민주당 탈당에 이은 신당창당론 등으로 대별되고 있다. 이같은 신당론은 그러나 8.8 재보선 결과와 그 이후 민주당의 상황 전개 및 민주당 안팎 제 정치세력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불투명한 양상이다. ◇`노무현 신당'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맞서 싸울 대선주자로 노 후보외에 대안이 없다며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노 후보 중심으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주장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지난 12일 노 후보와의 조찬회동에서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노 후보 중심으로 당을 재창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그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노 후보 중심 신당 창당론이 가시화될 경우 당내 재야출신 개혁파 의원과 쇄신파 의원 및 당권파 등 주류가 잠재적 지원세력으로 분류된다. 물론 노 후보와 한 대표 모두 이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두 사람 진영내에서는 당내에 그같은 흐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부 개혁인사 영입 등 실질적인 재창당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당명만 바꾸는 것은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거부감만 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노 후보 진영에선 8.8 재보선 후 책임론이나 후보사퇴론이 제기될 경우 재경선 및 대선 선대위 출범 등으로 상황을 정면 돌파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당을 실질적인 `노무현당'으로 전환시킨다는 내부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가 전날 부산진구 선거준비사무소 개소식에서 "8월말이나 9월초 당을 선대위 체제로 전환, 대선이 끝날 때까지 당을 장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 후보는 향후 정국대처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노 후보=DJ 양자' 공세를 불식하기 위해 탈 DJ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3후보 신당' = 노 후보로는 이회창 후보와의 연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경쟁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당내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 탈당에 이은 제3신당 창당을 모색한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노(反盧) 진영으로 불리는 비주류세력이 이같은 신당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교동 구파와 수도권내 일부 중도파 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주류 의원은 "현재 당내 의원들중엔 노 후보 체제로 가자는 것과 내부투쟁을 벌여 현 체제를 뒤집자는 것, 그리고 민주당 간판으로는 안되니 신당을 만들어야한다는 세 기류가 있는데 신당론이 가장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입 대상으로는 정몽준(鄭夢準) 의원,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고 건(高建)전 서울시장,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이인제 의원과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가 지난 19일 우중골프회동을 통해 재보선 후 탈당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왜 떠나느냐. 절대 안 떠난다"고 하고, 김 전 대표가 노 후보의 재경선 언급에 대해 "재경선을 하려면 노 후보가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3후보 신당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8.8 재보선 후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결과와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벌써부터 그 추이를 점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탈당후 신당창당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이를 위한 자금과 동참세력의 규모가 관건으로 떠오르는데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도 변수다. 당내 주류 일각에선 "적어도 우리당내엔 신당을 창당할 자금과 인원을 동원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관망론 = 8.8 재보선 이후 정국 추이와 당내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행보를결정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당내에서 친노.반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중도파 인사들이다. 최근 노 후보가 당내 의원 대부분을 접촉하면서 지지를 요청했으나 선뜻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의원들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말이 파다한 것도 그만큼 관망파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관망파에는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상당수 수도권 의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8.8 재보선 이후 당내 권력투쟁이 벌어질 경우 친노.반노 진영은 중도파를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