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교육도 축구처럼 .. 이참 <참스마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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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실로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판 '전쟁'으로 비유되는 축구에서 한국이 세계의 강호들을 눌렀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의 국민들은 도도한 '자부심'을 선물로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월드컵 '신화'는 한국민에게 매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체험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필자 개인적으로 한국팀의 '신화'는 예정되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런 무대와 기폭제가 마련되지 않아 미뤄져 왔을 뿐이고 이제 월드컵이 그 무대가 되었다고 본다.
한국은 예전부터 4강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 근원은 '함께 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민의 내재된 협동 문화에 있다.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은 '팀플레이'를 정말 멋지게 잘 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통시민의 아들인 태극전사들은 경기내내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뚜렷한 스타는 없지만 모든 선수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동료의 몫까지 해냈다.
실수를 범한 선수에게는 너그러운 '격려'가 이어졌다.
스타들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자멸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자신감이 더해졌다.
4천8백만의 뜨거운 성원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자연스레 선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공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이는 승리로 이어졌다.
한국인의 협동심과 근면성,신명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국은 '축구의 변방'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손꼽히는 축구전문가들이 감독을 맡아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태극전사들이 히딩크라는 벽안의 '이방인'을 만나면서 문제가 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국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이방인이 한국팀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을까.
히딩크 감독이 일궈낸 가장 큰 일은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간파하고,그것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으며 한국인 특유의 왜곡된 형태의 '정(情)'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문제점을 발굴하고,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바꿔나갔다.
팀을 운영하는데 있어 실력에 따라 공평하게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한국팀 선수들의 잠재된 실력은 히딩크라는 탁월한 지도자와 그가 마련해준 좋은 시스템을 만나면서 폭발한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준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한국에는 객관적인 기준없이 처리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가 상당부분 뿌리내린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교육문제를 들여다 보자.필자가 한국에 온 이후 24년동안 수없이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개선되는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며,선진국은 이를 어떻게 달성했는지를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은 지금도 요원해 보인다.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관료들은 "원칙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한국적 환경은 미국 유럽과 다르다.
우리는 우리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백50여년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집현전 학자들을 불러 모았듯이 최고의 교육전문가로 팀을 만들어 여기에만 매달리게 하면 답이 나올텐데도 이런 시도가 이뤄진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성장을 보라.경제도 교육도 정치도 움직이는 원리는 축구와 마찬가지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가장 효율적인 리더십과 시스템을 찾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조적인 개인들이 학연,지연,왜곡된 정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저마다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때 한국은 진정한 '4강'이 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장애물들을 하루 빨리 제거하면 한국 경제와 정치도 축구처럼 세계 일류가 될 것이다.
charm@charm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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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