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의 여파가 정치권에도 밀려들고있어 향후 정국 변화의 추이가 주목된다. 우선 월드컵을 계기로 형성된 국민통합의 에너지를 정치권이 어떻게 수용할 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권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은 정쟁과 당리당략에 함몰될 경우 국민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나면서 `도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정치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국회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대립으로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실패, 장기 국회 공백상태를 빚고 있는데 대해 각 당이 최근 적극적인 절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각 정당은 월드컵이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월드컵 이후' 범박동(신앙촌) 재개발 비리의혹 등을 중심으로 비리의혹 공세를 재점화할 태세이나 여론의 흐름이 이같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로 남아있다. 허태열(許泰烈) 기획위원장은 "월드컵 열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관심이 다소 묻힌다는 지적도 있으나 월드컵 폐막과 함께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국민통합 무드와 계속된 의혹공세에 대한 피로감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이같은 기조를 이어가기가 쉽잖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이 24일 비리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선 이번 월드컵을 통해 비리 정국 등으로 인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 정국 반전을 모색할 기회를 갖게 됐다.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월드컵 이후 대통령 아들 비리의혹과 관련한 당입장을천명키로 한 것도 월드컵 이후 비리 청산 등의 카드를 갖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이어 민주당의 `탈(脫) DJ화', `청산 프로그램' 등을 추진할 경우 열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당이 당력을 걸고 있는 8.8 재보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비리 의혹이 정치권의 중심부에 다시 포진할 가능성도 적잖을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연말 대선때까지 비리의혹을 끌고 간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이에 맞선 민주당의 결사적인 역공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으로선 6.13 지방선거에 이어 재보선에서 다시 패할 경우 당이 와해될 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사정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월드컵조직위원장으로 월드컵 열기를 등에 업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정 의원이 연말 대선에 독자 출마하거나 아니면 `정몽준-박근혜-이인제-김종필'4자 연대가 성사될 경우 그 파괴력이 대선 구도 전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것이다. 정 의원도 월드컵 이후 정치 행보를 본격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놓고있어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