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왕가(王家)' 브라질이 '종가(宗家)' 잉글랜드를 꺾었고 '전차군단' 독일은 '스피드'의 미국을 제압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이틀을 쉬고 재개된 21일 전통의 강호 브라질과 독일이 나란히 4강에 올라 정상을 향해 순항했다. 유일한 통산 4회 우승의 브라질은 이번에 정상에 오르면 5번째 우승을 차지하지만 독일이 우승하면 브라질과 최다 우승 횟수를 함께 하게 된다. 브라질은 이날 일본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동점골을 어시스트하고 역전골을 잡아낸 호나우디뉴의 맹활약으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브라질은 94년 미국 대회 우승, 98년 프랑스 대회 준우승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하며 '영원한 우승후보'의 명성을 지켰다. 브라질은 또 잉글랜드와의 역대 월드컵 전적에서 3승1무로 일방적 우위를 보였으며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58승(14무13패)을 기록, 대망의 '60승' 고지에도 바짝접근했다. 이날 동점골을 쏘아 대회 5호골을 뽑은 히바우두는 팀 동료 호나우두, 독일의미로슬라프 클로세와 득점랭킹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지난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12년만의 4강 진출을 노렸던 잉글랜드는 또다시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해 꿈이 무산됐다. 브라질은 수비 실수로 전반 23분 마이클 오언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인저리 타임에 잉글랜드 수비진을 현란한 개인기로 제친 호나우디뉴가 오픈 찬스를 만들었고 히바우두가 왼발로 그물을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호나우디뉴는 후반 5분 30m 짜리 프리킥을 상대 골키퍼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않고 직접 슈팅, 결승골을 뽑아냈다. 잉글랜드는 호나우디뉴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운 브라질을 상대로 맹공을 퍼붓었으나 이렇다할 찬스조차 잡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은 터키-세네갈 승자와 26일 사이타마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독일은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미국을 맞아 전반 39분 미하엘 발라크가 헤딩슛으로 빼낸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12년만에 4강에 올랐다. 반면 초대 대회 이후 72년만에 4강 진출에 도전했던 미국은 빠른 스피드로 독일수비진을 괴롭혔으나 문전 마무리가 번번이 독일 골키퍼 올리버 칸에게 막혀 분루를삼켰다. 독일은 오는 22일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오르면 결승 길목에서 격돌할 '잠재적 주적'이 됐다. 독일과 한국-스페인 승자간 4강전은 오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한편 22일 스페인과 8강전을 치르는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결전장인 광주로 이동,체력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전력을 최종 점검했다. ◆브라질 2-1 잉글랜드(시즈오카) 브라질은 필승 카드인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 등 3R을 내세웠고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의 지휘아래 마이클 오언, 에밀 헤스키 투톱이 브라질 문전을위협했다. 먼저 상대 골문을 연 팀은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브라질이 아니라 수비벽을 치고 기습을 노리던 잉글랜드였다. 전반 23분 브라질 진영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던 헤스키가 문전으로 크로스 센터링한 볼이 상대 수비수 루시우의 다리를 맞고 흐르자 오언이 번개처럼 달려들며 빼앗은 뒤 달려나오는 골키퍼 위로 넘겨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브라질은 공세를 강화했으나 34분 카를루스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이 빗나가는 등 결정적 기회를 잡지못해 전반을 득점없이 끝내는듯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와 호나우디뉴가 인저리타임 동점골을합작했다. 전반 47분 현란한 드리블로 잉글랜드 문전 중앙 돌파를 시도하던 호나우디뉴가골지역 오른쪽으로 살짝 찔러준 볼을 쇄도하던 히바우두가 왼발로 왼쪽 골문 구석으로 가볍게 차넣었다. 승부는 후반 초반 브라질 호나우디뉴의 절묘한 프리킥 한 방으로 의외로 일찍갈렸다. 5분께 상대 수비수 스콜스의 반칙으로 페널티 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호나우디뉴가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슈팅으로 골로 연결시켰다. 잉글랜드는 후반 12분 호나우디뉴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브라질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앞세워 맹공을 폈으나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무너졌다. 호나우두는 후반 25분 에디우손으로 교체돼 매경기 골을 넣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잉글랜드도 선제골을 넣은 오언을 후반 34분 벤치로 불러들였다. ◆독일 1-0 미국(울산) 독일은 이날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의 조율 아래 미로슬라프 클로세와 올리버 노이빌레 투톱을 내세웠으나 경기 초반부터 빠른 측면돌파와 투지를 앞세운 미국에 시중 고전했다. 미국의 게임메이커인 클로디오 레이나가 상대 수비 배후로 깊숙이 찔러주는 볼배급을 받은 랜던 도노반과 에디 루이스 등의 스피디한 돌파는 위력적이었다. 미국은 전반 11분과 29분 도노반이 결정적 찬스를 놓친데 이어 36분에는 골지역중앙에서 루이스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으나 강력한 야신상 후보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무위에 그쳤다. 승리의 여신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밀려 여러차례 실점위기를 넘긴 독일쪽에 미소를 보냈다. 전반 39분 상대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크리스티안 치게가골지역 중앙으로 날리자 쇄도하던 발라크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머리로 받아넣었고 이 골은 결국 결승골이 됐다. 미국은 후반 들어서도 '굳히기'에 나선 독일을 몰아붙여 루이스와 그레그 비홀터, 존 오브라이언 등이 여러차례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철의 수문장' 칸의 선방에막혔다.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는 클로세는 전반 43분 헤딩슛이 골포스트를 때리는 바람에 득점 단독 1위에 나설 기회를 날렸다. khoon@yna.co.kr (울산.시즈오카=연합뉴스)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