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자와와 산토스에게 일본의 운명을 맡긴 트루시에의 깜짝 카드는 결국 자충수로 끝났다. 니시자와는 맹장염에서 회복이 늦어 조별리그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공격수. 산토스도 부동의 왼쪽 날개 오노의 교체 멤버로 1경기에 나와 27분간을 뛰었을 뿐이다. 그러나 트루시에 감독은 3경기를 모두 소화했던 스즈키-야나기사와 투톱을 선발에서 전격 제외시키고 모험에 가까운 조합을 '8강 카드'로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트루시에는 경기 후 자신의 결정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터키의 공간축구에 공격축구로 맞서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3-5-2 스리백 시스템을 쓰는 터키축구는 스트라이커에게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속여서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득점하는 스타일로, 일본에 강한 한국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191㎝의 장신 하칸 슈퀴르를 앞세운 터키의 공간축구를 대인마크로 묶으면서 공격의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트루시에의 마지막 카드는 시작부터 먹혀들지 않았다. 하칸 슈퀴르의 공간 활용도를 높인 터키의 전술에 선수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허둥댔고 새로운 투톱 조합 역시 날카로움은커녕 잦은 실수로 흐름을 끊어 공격 밸런스를 무너트렸기 때문. 전반 12분 일본이 허용한 위미트 다발라의 헤딩골도 하칸을 막으려다 생긴 공간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에르군 펜베의 코너킥이 하칸의 머리로 향할 것으로 예상, 수비형 미드필더 이나모토에게 견제를 맡겼지만 오히려 볼은 위미트에게 떨어지면서 수비의 허를 찔렀다. 일본은 첫 골을 내주고 니시자와와 산토스를 앞세워 강력한 공세를 취했지만 니시자와는 첫 출전이란 부담 때문인지 미드필더들과 발이 맞지 않았고 되레 나카타-이나모토의 2선 공격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경기 전 "선제골을 넣으면 이긴다"고 했던 필승카드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일본을 친 꼴이 됐다. (미야기=연합뉴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