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과 카이스갤러리에서 나란히 개인전을 갖는 김찬일(43)과 양만기(39)는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작가들이다. 김씨는 캔버스를 사용하면서도 회화적이지 않은 그림을,양씨는 평면과 입체 부문을 넘나들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홍익대 서양화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이들은 1년에 두세번 개인전을 가질 정도로 활동적인데다 작품도 잘 팔려 갤러리들이 탐내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김찬일전=오는 20일부터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김씨의 작품은 이미지와 형태가 없고 금속성이 느껴지는 색채와 원형의 형상들만이 존재하는 그림이다. '탈회화적 회화'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작업은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오일외에 리벳 나사못 등을 사용해 표면에 구멍이나 요철을 만들고 연금술적인 과정을 거쳐 강한 금속성과 부드러운 색이 조화를 이루는 작업이다. 화면에 보여지는 원이나 사각형 십자가의 형상은 마치 점자(點字)를 대하듯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미니멀과 물성을 강조하는 회화와 구분되면서 기존 회화 작품들과도 다르다는 점이 그의 작품세계다. 제작 과정은 회화에서 벗어나 있지만 제작 행위의 결과물인 작품은 여전히 그림이기에 '탈회화적 회화'인 셈이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아트스페이스서울 관장)는 "그의 그림은 캔버스 위에 환영이나 미적 정서적 표현을 우선시하는 예술의 치장을 벗어던지고 색채와 물질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점이 돋보인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뉴욕주립대학원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다. 1996년 모란미술상을 수상했다. 29일까지.(02)544-8481 ◆양만기전=양만기씨(덕성여대 교수)는 다양한 재능을 지닌 작가다. 그동안 평면 비디오 센서작업을 통해 영상과 음악 미술을 결합시킨 작품을 보여왔다. 카이스갤러리에서의 이번 개인전은 평면과 설치작업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홀로그램 작업은 이번에 처음 시도했다. 홀로그램은 가상과 현실,입체와 영상의 결합이 빚어내는 예술이다. 미키마우스와 불상이 3백60도 회전하는 홀로그램 작업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가상인지 모를 만큼 감쪽같다. 작가는 이 홀로그램 작품의 제작을 위해 2년반 동안 연구했다고 한다. 첼로와 영상모니터를 연결한 '궁합'은 기계적인 작업(디지털)을 하면서도 결국엔 캔버스(아날로그)로 귀결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첼로의 줄을 만지면 첼로 안에 설치된 센서가 관람자의 체온을 감지하고 다양한 영상 이미지들을 화면에 나타낸다. 인간 관계를 궁합으로 설정하고 작품이 작가와 관람자의 궁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씨는 어려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나 고등학교 때 회화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그의 작업에 음악적 요소가 적극 가미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997년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국제 회화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7월6일까지.(02)511-066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