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눈은 이미 8강전을 바라보고 있다. 대표팀이 오는 18일 이탈리아와의 한일월드컵 16강전을 치를 대전으로 이동한 16일 오전 유성구에 위치한 스파피아호텔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마중을 나왔지만 끝내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단을 이탈한 것은 이날 오후 8시30분 수원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16강전을 관전하기 위한 것. 결전을 이틀 앞둔 감독이 별 생각 없이 남의 경기를 볼리는 만무한 일. 한국이 스페인-아일랜드전 승자와 8강전을 치르게 되는 만큼 히딩크 감독은 16강전을 넘어서 8강전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껏 대표팀의 훈련관행을 보면 경기 전날에는 가벼운 경기장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경기 이틀전에는 상대팀을 대비해 심도있는 전술훈련을 해왔으며 이는 이번월드컵 조별리그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히딩크 감독이 경기를 이틀 앞둔 이날 팀훈련 지휘를 코치들에게 맡긴 채 8강전 상대를 탐색하러 간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같은 기행(?)은 우선 대표팀의 전술적 틀이 잡혀 있고 선수 개개인도 임무를숙지하고 있는 만큼 굳이 자신이 직접 지도하지 않더라도 코치들을 통해 충분히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몇 수 앞을 대비하는 히딩크 감독의 시야와 욕심. 전날 인터뷰에서 "하나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승리에 대한 끝없는 야망을 밝혔던 히딩크 감독은 결국 16강전을 뛰어넘을 수 있고 따라서 8강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임을 확인시킨 셈이다. 히딩크 감독은 본선을 앞두고 경주에서 마무리훈련을 할 때 이탈리아와의 16강대결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한 외신기자가 묻자 "네덜란드 감독이던 98년 프랑스대회때도 대회 최종일까지의 계획을 세워 뒀으며 그것은 한국팀을 맡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해 취재진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지면 탈락하는 16강 토너먼트 첫 고비를 앞두고 일찌감치 다음 경기의 상대를파악하러 나선 히딩크 감독. 그가 다음 경기 상대들의 몸놀림을 지켜보면서 이탈리아 필승작전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대전=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