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자 한 일본신문에는 한국의 제주도에서 날아온 소식이 머리기사로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15일 오후 서귀포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축구 독일-파라과이 경기 뉴스였다.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하거나 신문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한켠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거나 일광욕을 하기도 해 관전열기가 시들했다.' 신문은 썰렁한 관중석 사진을 5단 크기로 싣고 취재수첩에 담긴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서귀포경기장이 무더기로 빈자리를 쏟아낸 이유와 관련,신문은 국제축구연맹(FIFA) 등 주최측의 잘못을 들고 있다.


인구 8만여명의 소도시라는 지역적 한계(시장성)를 무시한 채 고객이 무조건 몰릴 것이라고 본 안이한 판단이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영국 바이롬사가 입장권 판매정보를 막판까지 털어놓지 않아 '주인 잃은 티켓'을 양산해 낸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음을 신문은 빼놓지 않았다.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잡기가 힘들었던 점도 한 원인이 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국 팬들의 책임을 지적한 대목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사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월드컵은 인류의 축제이고,연 인원 4백억명 이상의 이목이 집중되는 매머드 이벤트다.


역사와 문화는 물론 개최지의 거리표정과 관중열기 등 모든 것이 전파와 활자를 통해 낱낱이 전세계에 공개된다.


16강 진출의 신화를 일궈낸 한국축구의 뒤에는 열화 같은 국민들의 함성과 뜨거운 사랑이 산처럼 버티고 있었다.


한국팀 대회마다 경기장이 붉은색 유니폼으로 물들고,나라 전체가 응원열기로 달아오른 모습은 한국의 저력과 하나된 힘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그러나 외국팀끼리의 경기라도,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똑같은 갈채와 환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점에서 서귀포경기장의 '무더기 빈자리'는 아쉬움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서귀포경기장의 남아도는 자리가 40%나 됐다고 전한 이 신문에는 '같은 날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덴마크-영국의 경기가 대만원을 이뤘다'는 기사가 손가락만한 크기로 숨어 있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om